[매홀칼럼] 냉철한 지혜가 필요한 때

수산스님(대승원주지, (사)불교사상연구회 이사장)

어느 옛날 낙타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사람이 낙타에게 물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중에서 어느 길이 더 좋은가?”

대부분은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이 힘이 조금 덜 든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낙타의 대답은 의외였다.

“오르막길인가 내리막길인가가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짐을 얼마나 실었는가 입니다.”

낙타의 답이야말로 이 경우에서 가장 적절한 답이라고 할 것이다. 낙타의 임무는 짐을 싣고 나르는 것이다. 짐이 실려 있는 한 힘든 오르막길이라고 해서 오르지 않을 수 없고, 쉬운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함부로 내달릴 수도 없다. 잘못하면 짐뿐만 아니라 자신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낙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짐이라고 답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고 그 임무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일을 위해서는 힘이 들든 안 들든 ‘지금 이 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삶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먼지 머금은 달력을 걷어내고 잉크냄새 밴 새 달력을 걸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사실 시간이나 날짜라는 개념도 우리 인간들의 약속이기에 그리 새로울 것이 없건만 그래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뭔가 세월을 느끼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새해를 맞으며 다양한 행사와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한다. 그 분위기 탓일지는 몰라도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오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들뜨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어수선함에서 벗어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일상이 돼 버린 오늘날의 급변하는 세상에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대비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검토하는 일이다. 이리저리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다.

어떤 일이든 그 실상이 무엇인지 자세히 냉철하게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휩쓸려 따라간다면 자신은 물론이요 그 사회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그러기에 노력도 하지 않고 요행수로 성공하거나 권력이나 명예를 잡으려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현실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우려스럽다.

‘보수언론 몰아주기’라는 비판과 시장규모를 무시한 선정으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는 세간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결정된 종합편성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으로 이제 우리는 획일화 된 정보의 홍수에서 진실을 가려야 하는 혼돈의 시대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교와 가르침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자주 들어서 알게 된 지식일지라도 무조건 따르지 마라. 전통이 그렇다고 무조건 따르지 마라. 소문이 그렇다고 무조건 따르지 마라. 경전에 쓰여 있다고 무조건 따르지 마라. 스승이 말했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지 마라. … 곰곰이 생각해 그것이 해롭고 괴롭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그것을 버려라. … 곰곰이 생각해 그것이 이롭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을 믿고 따르라.”라고 답하셨다.

그래서 불교는 무조건 믿고 따르는 종교가 아니라 스스로 검토하고 생각해서 옳다는 것을 이해했을 때 믿고 따르는 종교라고 한다.

어느 때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획일화되고 일방적인 정보의 바닷속일지라도, 거리를 두고 옳고 그름을 검토하고 그래서 지금이 어느 상황인가를 깨닫고 대책을 세운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혹세무민(惑世誣民)이 판치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 모두 냉철한 지혜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