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녹색 매니페스토를 실천하자

김정섭(환경예술가)

다사다난했던 2010년을 뒤로하고 어느덧 2011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아침엔 모두 저마다 새로운 각오를 수첩에 적어 놓거나 벽에 써 붙이기도 한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내 집 장만의 꿈을 바라기도 하고 금연이나 금주를 다짐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새해 첫날은 자신의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나름대로 가져보게 된다.

그러나 보통 새해에 다진 각오는 채 한 달이 가기가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히거나 말 그대로 ‘작심삼일’만에 새해목표를 실패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매니페스토(Manifesto)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단어이다. 매니페스토란 개인이나 단체가 대중에 대해 확고한 정치적 의도와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연설이나 문서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원은 라틴어의 마니페스투스(manifestus)로서 ‘증거’ 또는 ‘증거물’의 의미가 있다. 당시엔 선언자 자신의 과거행적을 밝히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돼 말 그대로 ‘증거’란 뜻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는 그러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매니페스토의 의미는 정치적 공약과 관련이 깊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선거후보자들의 공약을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과 그리고 지연, 학연, 혈연으로 얽힌 정치판과 ‘철새정치인’들의 과거 비리 연루와 경위 행적 등을 밝히고 그들의 고백과 정치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정책제안을 평가하기 위해 시작돼 알려져 왔다. 매니페스토 선언을 한 정치인은 자신의 공약에 대해 주기적인 이행검증을 받게 되며, 흔히 ‘잊혀진 선거철공약’이라는 것을 함부로 남발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운동은 우리 정치판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에서 벗어난 수준 높은 선거문화와 민주주의로의 도약을 위한 하나의 발판으로서 매우 의미가 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니페스토는 반드시 정치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해 사회와 환경의 의사결정 및 활동의 영향에 대한 조직의 책임'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경우 또한 매니페스토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민주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에 얼마만큼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또는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가에 대한 약속과 실천도 하나의 매니페스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의 실천이나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에 대한 약속 등을 해놓고도 시간이 지나면 어물쩍 넘어가는 식의 약속은 이제 더는 대중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또한, 개인 간의 이익과 갈등으로 인한 대립, 문화적·사회적 갈등의 민주적인 해결방안을 위해 서로 의견을 존중해주고 해결하려는 노력 역시 매니페스토의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매니페스토는 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이제 녹색성장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닌 모든 시민의 행동으로 이뤄져야 하며, 환경을 위한 노력이 나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런 때에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녹색성장의 공약을 우리 자신에게 되돌려 나만의 ‘녹색실천공약’을 해보자. 우리가 살아가면서 조금씩 파괴하는 것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적게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을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내 생활 속 손쉬운 것들부터 시작해보는 것이다.

새해부터는 ‘그린카드’ 제도가 시행된다. 탄소포인트제와 대중교통의 이용, 친환경 녹색제품 구입 등 생활 속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들이 이젠 그린카드 하나로 통합하게 된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로 생겨나는 혜택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이러한 그린카드와 같은 제도가 동기로서 부여된다면 생활 속 녹색운동이 훨씬 더 쉬워지고 가시적(可視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환경과 오염에 대한 커다란 메커니즘을 전문가가 아닌 우리로선 알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어떤 것을 실천해야 하는지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새해엔 ‘작심삼일’ 새해 결심이 아닌, 나 자신만의 ‘녹색실천에 대한 공약’에 대해 매니페스토를 선언해보고 중간평가와 연말 평가를 해보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그 실천의 첫걸음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