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째일까? 지난달 서울의 기온이 12월의 기온으로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영하 15도 이하까지 떨어진 이후 전국적인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은 사라진 것인지, 사흘간 추우면 나흘간은 추위가 물러나 긴 겨울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던 한국의 겨울 날씨는 이제 기후변화라는 커다란 난제로 인해 실종돼 버린 것 같다. 삼한사온 덕에 겨울을 이겨내기 수월하던 것도 이젠 옛이야기. 폭설과 한파로 서민들의 삶은 점점 고달파 가기만 한다.

이상기후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이라면서도 겨울이 이렇게 추운 이유는 역시 ‘지구온난화’ 가 원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에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 북극에 차가운 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의 약화 때문에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몽골과 시베리아 등 세계적인 폭설로 인해 지구에 흡수돼야 할 에너지가 지구 밖으로 반사돼 찬 공기가 강화됐다고 한다. 추운 겨울 따듯한 사온(四溫)을 만들어주던 저기압이 힘을 쓰지 못하니, 이건 연일 계속되는 추위에 온몸이 움츠러들어 근육통이 생길 지경이다.

게다가 계속되는 이상한파로 인해 난방기 사용 등으로 전력사용이 급등하면서 연일 전력수요 최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등유나 가스난로의 사용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용이 편리하고 저렴한 전기난방의 사용은 갈수록 커지고만 있어, 쇼핑몰에서도 전기난방기구가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10일 최대 전력수요가 7184만 k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금처럼 영하 10도 이하의 이상한파가 계속될 경우, 예비전력이 부족해지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예비전력의 부족은 커다란 혼란을 낳게 된다. 일부 지역의 정전사태를 일으키거나 전력주파수와 전압 조정에 어려움을 주게 돼 가전제품의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큰 혼란을 방지하게 위해 예비전력이 어떤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에 의해 시설·지역별로 전력공급을 강제로 차단할 수밖에 없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는 한겨울이든 여름이든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찔할 뿐이다.

이런 때 갑작스레 석유파동이라도 일어난다면? 아니 아예 석유자원이 고갈되어 버린다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함께 자원위기에 봉착해버린 현재,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며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지만, 막상 요즘 같은 일을 당하고 보니, 과연 우리가 녹색성장을 제대로 하는 중인지 걱정에 앞서 의구심마저 생긴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경제 활동이나 생산 활동이 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로서는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 한겨울에 우리가 야채나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석유에너지 없이는 생각할 수 없으니 농산물 생산조차도 석유자원에 의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석유의 의존 없이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예전엔 다른 어떤 에너지보다도 석유의 값이 저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에너지 파동 이후, ‘석유를 가진 자가 곧 힘을 가진 자’라는 새로운 자원이데올로기의 출현은 석유에 의존하는 나라일수록 국제사회에서 ‘고개 숙인 나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서구식 산업화를 모방해 발전해왔기 때문에 석유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의 우리의 모습은 참으로 참담한 결과를 보여줄 것이 뻔하다.

가까운 예로 바로 북한을 보자. 북한 또한 소련식 산업모델에 입각해 공업화에 앞장서 한때는 남한보다 앞선 공업사회였던 북한이, 석유 공급 국가였던 소련의 붕괴로 하루아침에 ‘난민국가’로 추락해 버렸다. 석유 공급의 중단은 식량부족, 대규모 기아사태로 이어져 망명해온 북한주민들에 의해 전해지는 현재 북한의 참상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산업체제 붕괴와 식량 위기는 곧 북한사회체제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 현상까지 낳고 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 그것은 애초부터 북한의 식량과 공산품의 자급자족이 석유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던 자급자족의 능력은 사실 처음부터 결여된 상태였다. 그런 위기를 해결하려는 한 방법으로 이젠 핵개발과 무력을 앞세워 위협적인 방법으로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결해보려 하고 있다. 단순히 에너지 자체가 한 국가의 존망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 우리 또한 그들의 산업 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는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벌써 이렇듯 에너지 위기에 봉착된다면, 북한과 같은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탈석유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탈석유화 시대에 대비한 에너지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필수의 문제이다. 우리의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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