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랩어카운트가 뭐 길래

노병성(협성대학교 광고홍보영상학과 교수·언론학 박사)

요즘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2000대 위로 올라섰다.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미네르바’가 한국 주가가 700을 가니, 400을 가니 하던 때가 어제 같았는데, 불과 2년 만에 역사상 최고점을 경신하고 말았다. 놀라운 기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기간 내에 주가 2800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이 곧 실현될 듯한 느낌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다른 나라보다 높게 올라간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 펀더멘탈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펀더멘탈로 설명이 온전하게 다 될 수는 없다. “수급은 재료보다 우선한다”는 증시 격언을 생각해 보면, 수급의 뒷받침 없이는 지수가 높게 올라갈 수 없다. 여기에는 외인들의 매수가 일등공신이다. 외국인은 2009년과 2010년을 통해 2년 내내 줄기차게 한국 주식을 매수해 ‘바이 코리아’를 실현했다. 미국과 일본 등 저금리 국가에서 싼 돈을 대출받아 한국 등 신흥국에 투자한 것이다. 소위 ‘케리트레이드’ 자금이 몰린 것이다.

반면 기관 특히 투신들은 줄기차게 한국 주식을 팔았다. 한때 펀드 하나 없으면, 병신 축에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너도나도 ‘펀드열풍’에 가담했다 쓰디쓴 손실을 본 사람이 어디 한둘이랴! 지수가 바닥에서 상승국면으로 돌아서자 펀드환매가 이어졌다. 이것이 투신 매도에 주범이 됐다.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대세상승기에 기관은 한국 주식을 쓸어 담아,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 독립을 이루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대한민국을 팔아먹는 형국이다.

개인 투자자 소위 개미들은 어떠한가? 누구 한번 주식투자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만은, 성공했다는 사람은 드물다. 지수가 2000에 올라왔어도,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한 사람이 상당수라는 보도를 접하면, 가슴이 아프다.

개인에게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까? 이를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시장이기에, 인간의 두뇌로는 예측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명조차도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개인들은 펀드를 사거나 갈아타기도 하고, 적립식 펀드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펀드열풍에 화상을 입은 개인들은 펀드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개인투자자를 유인하는 상품이 나왔다. 다름 아닌 랩어카운트. 이름부터 생소하고 어렵다. 하지만, 그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이것은 증권회사가 투자자의 성향에 맞게 주식, 채권, 수익증권, 뮤추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적합한 포트폴리오로 추천하고, 이를 운용해 수수료가 아닌 보수를 받는 종합자산관리계좌를 말한다. 그런데 현재는 대부분 주식투자에 운용되고 있고, 그것도 일정한 수익률이 달성되면, 자동 해산되는 형태의 스폿랩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됐다.

랩어카운트는 그 보수가 비교적 비싸다. 스폿랩의 경우 1.5-2.0%의 보수를 먼저 받기에 상당히 많은 보수를 주고 있다. 증권사나 운용사의 경우 대부분 7%의 수익이 달성되면, 해산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많다. 그러니까 수익률 9%면 보수와 개인투자자에게 약속한 7% 수익이 충족된다. 증권사입장에선 해산하고 다시 모집하고를 반복하면 할수록 이익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소수 특정 종목만을 매집하게 된다. 음모론적 관점에서 보면, 증권사끼리 작전(?)을 벌려 순식간에 수익률 9%를 달성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결과적으로 소수 종목만 죽어라 올라가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장세가 된다. 이에 편승하지 못한 개미들 계좌는 깡통소리만 난다. 그래서 증권시장이 왜곡된다. 이번 금융당국이 스폿랩 판매를 규제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펀드는 투자종목 편입 비중에 일정규제를 주고 있지만, 랩어카운트는 그러한 규제가 없어 속칭 ‘몰빵’도 가능하다. 이것은 상승 시에는 높은 수익을 주지만, 하락 시에는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랩어카운트는 변형된 펀드라는 점에서 자칫 잘 못하다간, 외국인들 매도에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지혜가 요망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