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제작 환경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기술은 노래 한곡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약시켜 줬다. 심지어 1인 밴드도 가능하게 했다. 혼자서 다양한 악기 소리를 조합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목소리까지도 변조할 수 있게 됐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감히 연주할 수 없는 소리까지도 만들 수 있게 됐고, 쪼갤 수 없는 박자까지도 자유자재로 연주하게 됐다.
소위 기계음악이 탄생하게 됐다. 기계음악 시대에 연주인은, 아날로그 시대의 중심적인 위치에서, 이제 보조적인 위치 혹은 주변적인 위치에 놓이게 됐다. 컴퓨터 한 대면 웬만한 대중가요 한곡 정도는 혼자서도 만들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중가요는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 난다.
디지털 시대 대중가요의 유통을 살펴보면, 누구나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 대중음악 유통은 주로 음반가게를 통해 이뤄졌다. 버스 정거장이나 학교입구에는 레코드 가게가 하나쯤은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레코드 상점을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모두 디지털 속으로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파일 하나만이 온라인과 무선을 통해 왔다 갔다 한다. 판매도 예전에는 레코드 혹은 시디 한 장에 담겨 있는 노래 전부를 구매했으나, 이제는 노래 한곡 당 구매를 한다. 좋아하는 가수의 레코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인기 있는 노래 하나만을 산다. 그러다 보니 아티스트의 음악세계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분절적으로 알게 된다.
디지털 시대에 역사는 사라지고 오르지 현재만이 존재한다. 컴퓨터 속에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돼 있다. 지나간 역사가, 컴퓨터 전원이 커지는 순간, 현재 속에 재현되는 것이다. 온라인상의 대중음악도 과거와 현재 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지나간 아티스트의 음악이 새로운 세대에게는 마치 신곡과도 같이 등장할 수 있다. 대중음악의 수명이 이전보다 길어진 셈이다.
대중음악의 주 소비층은 아무래도 10대와 20대이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로 중무장을 하고 다닌다. 엠피스리, 스마트폰, 태블릿 피시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집이나 전철 안 등 언제 어디서나 노래를 구매한다. 아날로그 시대에 레코드 가게에 가서 앨범을 두루두루 살피고, 디자인도 보고, 아티스트 사진도 보면서 구매하던 것과는 판이하다.
어쩌면 디지털 시대의 구매는 음악 외적 요소는 제거하고, 순수하게 음악만을 위해 노래를 구매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레코드 앨범을 살 때와 같은 낭만과 소중함은 신속성과 찰나성으로 바뀐 듯해서 아쉽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곱게 포장해서 앨범을 선물하던 추억도 엠피스리 속으로 숨어 버렸다. 한 장 한 장 사 모으는 취미는 때론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이제는 손가락만 한 간단한 USB 저장장치 하나면 자랑거리와 취미도 모두 해결된다.
대중음악이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고, 음악 수명이 길어진 점 등은 대중음악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든다. 이점은 우리 대중문화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때 ‘국민가수’ 등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세대를 뛰어넘는 가수나 대중가요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사회도 대중사회에서 끼리끼리 사회인 ‘분중사회’로 변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