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홀칼럼] 미국의 오바마와 독일의 메르켈

이달순(수원대 명예교수·hellosports.net 발행인)

지난여름 G20 정상회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재정 지출을 확대해 달라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최소한 메르켈의 견해에서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독일정부의 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메르켈 총리의 입장에서는 정부부채 수준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시급할 정도로 필수적인 우선순위 대상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무모한 정부지출을 미래번영의 주 위협요인으로 간주했다.

메르켈의 견해는 옳았다. 선진국들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정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섰다. 그런데 경기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느리자 국가채무만 늘어나게 됐다. 그 결과 신용등급하락 위협이라는 청구서가 돌아오는 것이다. 현재 최고 신용 등급 국인 영국, 프랑스도 위험군에 속한다.

영국은 신용등급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보장기여금을 1%포인트 올리는 등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작년 10월 겨우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바꿨다. 프랑스는 작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7.4%로 유럽에서 다음번 재정위기국가로 지목되는 포르투갈(7.3%)에 근접하고 있어 다음번 대상은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제적 흐름을 간파하지 못했던 오바마는 금융위기와 경기회복에 대한 접근방식을 심각하게 확대되는 재정적자 속에서도 경제 성장과 고용개선에 대한 희망을 계속 견지하고 당시 무절제한 재정지출을 진행하며 메르켈에게도 그의 정책과 보조를 같이 해주기를 권고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마바의 경제 정책은 옳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판명 난 것이다.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의 2011년 경제자유지수가 발표됨에 따라서 오바마와 메르켈의 경제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도출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지난 2년에 걸쳐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도 독일의 전반적 경제자유수준은 1.3 포인트만큼 증가했고 전 세계 순위도 25위에서 23위로 상승했다. 2년 전 6위를 차지한 미국은 올해 9위로 처졌고 경제자유 수준도 3포인트 만큼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향후 2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급해진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신년국정 연설에서 정부예산동결 등 좌에서 중앙으로 옮기는 중도주의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14조달러에 달하는 연방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향후 5년간 정부재량지출 부문예산을 동결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그는 또한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 동안 4000억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줄이는 한편 무분별한 지출이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이후 최저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집권 전반기 치적 중 하나인 건강보험개혁법을 철회하려는 공화당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건강보험 관련 비용을 줄일 방안을 의회와 협력해서 찾아보겠다. 나는 잘못된 것을 언제든지 고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건보법 철회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해 미국의 언론은 우측 깜빡이를 켰지만, 완전히 회전을 하지는 않았다고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오바마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메르켈의 경제적 전망을 따르는 입장이 됐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재정지출을 줄이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특히 재정적자문제는 공화당의 주공격 포인트이기도 한 것이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워싱턴이 지출병을 앓고 있다. 부채증가가 지출병의 증상이다. 오바마와 민주당이 신용카드부터 잘게 잘게 없애버려야 할 것”이라며 정부 지출축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오바마는 그에 대한 공감을 강력한 비전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게 됐다.

이와 같은 경제 흐름 속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나라가 일본인 것이다. 일본의 올해 국가 채무비율은 204. 2%로 나랏빚이 경제 규모의 두배를 넘어서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채무비율이다. 우리는 오바마와 메르켈의 경제적 견해의 대립에서 국가가 재정지출의 확대로 국가번영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지 않고 오히려 나랏빚만 키운다는 확신을 알게 됐다.

우리도 복지정책의 확충이라는 명분논에서 벗어나 복지를 줄이는 등 재정을 개혁해 국가부채를 줄이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미 160년 전 H. 스펜서가 주창한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