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고등학교 교장을 경징계 처분한 데 대해 여성계와 교직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에도 교사들에게 수시로 심한 성희롱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직위해제된 의정부 한 초등학교 교장이 교감으로 '강등' 처분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관행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 일이 있은 후 도교육청은 일반징계위원회 위원을 내부 6명과 외부 3명에서 내부 3명과 외부 6명으로 바꿨다.

그러함에도 이번 도교육청은 며칠 전 징계위를 열고 여교사와 행정실 여직원 등에게 신체접촉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고양 모고교 교장 A씨에 대해 감봉 3개월(경징계) 처분을 내린 것이다. B씨는 지난 2008년과 지난해 여교사와 행정실 여직원 등 4명과 식사 등을 하면서 어깨에 손을 얹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이 도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B씨는 "집에 초대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어젯밤에 무엇을 해 입술이 부르텄느냐", "내 옆에 앉아라"라는 등 노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B씨의 월급을 삭감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해 도교육청 징계위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에 앞서 도교육청은 행정실 여직원 3명에게 성추행을 해온 같은 학교 행정실장 C씨에 대해서도 지난달 인사위를 열어 견책(경징계) 처분했다. 여직원 중 일부는 불미스런 일이 불거진 후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다. 그러나 C씨는 솜방망이 덕분에 멀쩡히 재직 중이다. 교직원노조 경기지부와 고양여성민우회 등이 "교장을 즉각 파면하는 등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 교육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고 있지만, 후속 철퇴가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들어 학교사회의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 사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교사들이 교생실습을 나온 여대생들과 회식한 후 학점을 구실로 노래방에 데려가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정년을 앞둔 경기 포천의 한 고교 교장은 학부모들을 성추행해 정직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학교가 성추행의 전당이냐'는 비아냥이 나올 법도 하다.

교수, 교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들춰지고 있다. 모든 지도자 자질 검사에 성희롱 인식 점수를 측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희롱 사건이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신분적 우위에 있는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피해여성들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성폭력이 대부분 상사와 부하 등 위계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학교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교장과 교사, 교사와 학생 등 위계가 강한 만큼 성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 있고 개인적 수치심과 보복 우려 때문에 신고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특수성에 비춰 성폭력 사례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청렴과 도덕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민이 부여한 가장 기본적인 공직자의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김상곤 교육감의 발언은 무색할 수밖에 없다"는 한 여교사의 볼멘 목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직원은 학교에서 퇴출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학교사회만큼은 성범죄 안전지대가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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