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구제역, 우리가 잃은 것과 얻은 것

김정섭(환경예술가)

2월의 마지막 주말, 길고도 매서웠던 겨울에게 작별인사를 하듯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얼었던 땅이 녹고 봄을 알리는 대지의 전령사가 반가울 법도 한데, 이 비는 반갑긴커녕 걱정과 근심부터 안겨준다.

지난겨울 그 어떤 재난보다도 국민을 힘들게 만들었던 구제역 여파는 구제역 발생이 잠잠해진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겨울 구제역에 대항해 축산업 농가와 민·관이 힘을 합쳐 방역과 가축 살처분에 매달려, 밤낮없이 처참하게 생매장되는 가축의 비명과 소독제의 연기 속에서 구제역의 전파를 막기 위해 길고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추위가 한풀 꺾이면서 구제역 발생 신고도 눈에 띄게 줄었고, 지난달 26일에는 전국의 구제역 2차 접종이 완료됐다는 해당 기관의 발표도 있었다. 구제역 사태를 되돌려보면서 다시금 우리가 이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잃은 것은 무엇이고 또 얻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이미 300만마리가 넘어선 가축의 수와 보상금을 금전적으로 따진다 하더라도 적지는 않다. 정성을 쏟아 기르던 소와 돼지 중 한 마리라도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면 전염을 막기 위해 축사 단위로 살처분을 해야 했고, 그나마 안락사를 위한 약품이 떨어지자 산채로 매몰지에 묻어버리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동물판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멀쩡한 가축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던 농장주들이나 살처분을 담당하는 담당자들도 슬픔에 앞서 잔인한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살처분의 생명경시에 대한 화두가 불거지는 것도 바로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우리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무분별하고 반생태적인 축산형태에 던져진 자연의 경고장인지 모른다. 우리 인간은 남의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사육이 아닌 단지 식도락을 위해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 내듯 대량생산체계의 축산을 운영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초기의 부적절한 대응도 구제역이 전국적인 재앙으로 번지는데 한몫을 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구제역이 옆 동네를 덮치는 상황에서도 정부관계부서들은 서로 책임 떠밀기만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방만했던 인간들의 태도는 결국 죄 없는 생명의 대량 희생을 낳았다.

하지만, 이제 진짜로 우려하던 문제는 서서히 풀려가는 기온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 대량 매몰지의 2차 오염 문제이다. 매스컴을 통해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과 토양과 수도원의 오염은 이제 명명백백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봄비에 눈이 녹으면서 매몰지가 유실되거나 침출수가 흘러나오게 되는 문제는 곧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은 수질의 오염이 가장 큰 문제다. 상수도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비용이 지자체 단위로는 해결이 어렵게 된 상황이다. 더욱이 비용문제나 여타문제로 수질오염과 위생에 시간을 지체하게 된다면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구제역 파동이 이제 인간에게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한 구제역 살처분 현황을 공개해야 함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300만마리 이상의 살처분 가축과 전국의 4000여곳의 매몰지는 분명히 인간과 동물에게 더 큰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한번 묻어버리면 이 모든 것이 함께 땅속에 묻혀 버릴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또 다른 구제역을 낳을 것이다.

해당 부처에서 밝힌 바처럼 진짜로 매몰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구축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그대로 진실을 묻어버리려는 의도인지는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단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더 큰 재앙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으며, 이 재앙은 자연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봄이 다가오기 전에 그리고 우리가 예상하는 끔찍한 일이 생기기 전에 모든 힘을 다하여 2차 재앙을 막아야 한다.

우리가 구제역으로 잃은 것이 재산의 손실과 동물의 생명이라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경고를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는 그것에서 얻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