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마다 속보로 들려오는 뉴스를 통해 보이는 것은 공황 그 자체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보도되는 피해와 사망자의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이 15일 오전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망자의 수는 5532명에 불과하지만, 14일 추가로 발견된 시신만 해도 2000여구에 이르는 것을 보면 일본 언론에서 추정하는 대로 실종 및 사망자의 수는 1만명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계속되는 여진과 쓰나미에 대한 공포와 함께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福島)원전의 폭발로, 일본은 방사능 유출이란 2차 재앙을 맞고 있다.
적어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일본은 재난대비에서 강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어떤 재해에도 철저한 국가적 준비를 하고 있던 나라였다. 이러한 일본이 강진으로 인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상황에 얼마만큼 대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다. 더구나 한국처럼 몇몇 도시에 인구가 집중적으로 밀집돼 있고, 노후 된 고층 아파트와 시설물이 많은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내진설계는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난 14일 소방방재청의 발표는 비관적이다. 2005년 이후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기준범위 건축물의 16%에 불과하고, 지은 지 20년이 넘은 서울시내의 아파트 10가구 중 7가구는 내진설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만약 지난 아이티의 강진과 맞먹는 규모 6.5 정도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사망자는 7700여명, 부상자는 10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분석됐다.
또한, 우리나라의 재난 방지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되짚어 볼만하다. 미국의 재난방제시스템은 중앙연방정부의 조직과 지방주정부의 조직으로 분할돼 각각의 역할과 임무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으며, 미 국토안보부의 집행예산 중 75% 이상이 예방 및 보호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일본도 국가적 특성에 맞춰 지자체 주도하에 국민의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형 안전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자치단체에서는 재난 예방과 관리를 중앙정부에서는 정보와 인력, 장비, 예산 등을 지원하는 체계로 이뤄져 있다.
앞서 보듯이, 재해를 당하는 경우 도시의 피해가 그 어디보다도 큰 이유는, 도시가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나 마찬가지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교통과 도로의 취약, 건물의 노후화와 인구의 집중경향은 도시의 특징이자, 하나의 재난 요소이기도 하다. 일본 지진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커다란 자연재해의 뒤에 2차, 3차의 연속적인 재해가 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며, 이런 도시의 특징에 맞추어 재난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포로 떠오른 원자력 발전소도 여러 가지 논의돼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에 의한 피해자로서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에 지진과 쓰나미의 공포보다는 오히려 원전의 폭발에 의한 방사능 피폭위험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폭발 사건 이후 방사능의 공포에 대한 경각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졌고, 최근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 원전 건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던 찰나,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한국의 원전은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의 경수로형과 중수로형 원자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비등형 원자로와는 달리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냉각재의 누출 시에도 외부환경으로의 유출을 차단한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진도 9 이상의 강진이나 그에 준하는 재해가 일어날 경우는 그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원전 및 안전을 요하는 시설에 대한 관리 체계의 보강을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재난 지도를 만들어 둬야 한다. 이는 IT산업에 앞선 우리나라에서는 AR(증강현실)이나 LBS(위치기반서비스)를 십분 활용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자체마다 그 지역 특성에 맞춰 재난에 대비하고 취약점을 파악해 재난대피 시설과 매뉴얼 등에 대한 자료를 구축, 네트워크를 형성시켜 빠르고 신속한 재난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지진, 그리고 불과 한 달 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지진, 그리고 연이은 일본의 강진과 쓰나미 등. 최근 들어 지구촌 곳곳에서는 예기치 못한 지진과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참상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슈퍼컴퓨터와 기상학자들조차 알아차릴 수가 없었던 이러한 기상이변과 재앙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이러한 현상들이 지구의 대격변이나 대재앙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상이변은 오래전부터 경고됐던 것이다. 자연에 의한 재앙은 인간의 힘으론 막을 수 없지만 그로 인한 재난은 인간이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일본의 참상이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성장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경제적 과업이라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재난안전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우리의 안전을 위한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