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국경 없는 전쟁, 떠도는 환경난민들

김정섭(환경예술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우리의 삶은 오늘도 그렇게 시작되고 마무리되고 있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가슴 한구석에 무엇인가가 막혀 있는 듯 답답한 이유는 바로 가까운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원전폭발로 인한 방사능 공포 때문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이웃 일본이 당한 고통과 슬픔은 민족 감정의 깊은 골을 넘어,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그 중 무엇보다도 일본인들에게 일어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끔찍한 생각이 그들의 불행에 감정이입이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동북부지역은 해안가가 침수되고, 수만명의 사상자와 이재민들은 물과 식량 등 생필품의 부족으로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만 한다. 여진과 방사능을 피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내륙으로 또는 외국으로 또, 우리나라에도 계속해서 피신을 해오고 있다. 시간마다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가며 복구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일단 방사능에 오염돼 버린 지역이 예전처럼 돌아오려면 길고 긴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이제 기후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환경재해는 우리의 일상을 뒤바꾸어 놓을 정도로 그 위력이 커져만 가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은 북극의 지도를 바꿔 놓았으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나라인 '투발로'의 국민은 해마다 가라앉는 섬나라에서 피난처도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섬인 ‘볼라’는 2005년 섬의 절반이 침수돼 50만명이 섬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21세기에 들어서 기후와 관련된 새로운 단어가 있다면 바로 '생태학적 난민' 또는 ‘기후난민’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환경기후변화나 인간의 영향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되거나 또는 자연이 파괴됨에 따라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생겨난 홍수나 사막화 등의 자연과 기후의 변화로 인해 생겨난 난민을 일컫는다.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인한 사막화와 한발로 인해 아프리카의 대규모 난민들이 생겨난 것처럼 인간의 행동 그 자체가 원인이 됐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기상이변과 지각변동으로 인해 기후난민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모두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의 훼손과 자원의 남용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난민은 그 규모에 있어서 전쟁이나 내란으로 인한 난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숫자적으로도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거대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연 파괴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잘사는 선진국’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개발도상국’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이 0.7°C 높아지는데 기여한 선진국들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결국 해수면의 상승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다시 농업과 1차 산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삶의 터전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하고 있다.

특히 40억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은 무엇보다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미 지난 한해 파키스탄과 인도, 스리랑카 등지의 폭우와 홍수로 인해 수백만명의 이주민이 생겨났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이나 해안가에 살고 있다가 대도시로 이주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다시 대도시의 인구 집중을 유발해 도시빈민과 자원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해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현재 기후 난민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국제적 공조 체계가 이뤄져 있지 않은 실정이고 그들을 위한 국제법조차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여태껏 기후로 인한 피해가 국지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재난을 당하지 않았던 국가들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발로'의 경우, 가라앉는 국토를 피해 주변국들에 이민허가를 호소했지만, 호주와 피지는 거절하고 뉴질랜드만이 제한적인 이민허용을 하고 있다. 단지 한해 몇십명만의 이민이 허락되기 때문에 투발로의 국민은 머지않아 망망대해를 떠도는 ‘보트피플(Boat People)’ 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에도 기후변화와 재해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고 살아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전 세계는 큰 교훈을 얻었다. 비록 지진이라는 기후재난은 일본 한 국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로 인한 원전 파괴 그리고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갔다.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는 방사능 수치를 낮춰준다는 말에 요오드제품을 구입해 먹거나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등 ‘공포’를 넘어 ‘공황’에 가까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의 삶과 인식에 근본적인 변환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가졌던 세계관이나 사회적 구조, 생활양식 등은 이제 우리만의 삶이 아닌 전 세계적인 시야를 통해 바라보고 인식돼야 한다. 이제 세계는 급변하는 기후재해에 맞서야 한다. 이전의 빈곤국들만을 괴롭혀왔던 기후재난은 이제 국경 없는 침략자가 돼가고 있다. 말 그대로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지구는 하나의 ‘작은 마을’이 돼 가고 있다.

기후난민 또한 비단 남의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당장은 기후난민 해결을 위한 국가 간의 갈등이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엔 없지만, 결국 이 또한 인류 모두가 공생하는 길임에 공감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기후난민에 대한 대책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모든 문제를 떠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제만큼은 모든 인류가 하나로 뭉쳐서 대처해야 한다. 이제 기후변화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