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 봄은 다시 돌아왔다. 어수선한 뉴스가 우리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계절의 수레바퀴는 돌고 또 돌아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지난 22일 물의 날을 기념해 의왕시 왕송호수에서 몇몇 행사들이 있어 함께 참가하러 갔다. 처음 왕송호수는 농업용도로 만들어진 저수지였으나 오염되지 않은 주변 환경과 적당한 서식조건이 조성돼 어느새 많은 수생 동식물과 철새들의 군락지가 돼 철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생태습지로 이름이 나게 됐다.
봄을 재촉하는 봄비도 내리고 지난겨울 내내 꽁꽁 얼었던 왕송호수의 얼음이 어느덧 녹아 봄내음도 피어오르는데, 잔잔한 수면 위를 어지럽히는 것은 눈부신 봄 햇살도 호수 위를 흘러가는 구름도 아닌 바로 쓰레기들이었다. 생활쓰레기와 겨우내 불법 낚시꾼들이 버리거나 바람에 날려 온 것들이 호수의 얼음이 녹으면서 떠내려 오거나 떠오른 것들이다. 또 빗물을 타고 어디선가 기름기가 뜬 빗물이 흘러 내려오는 것인지 도로 위를 흐르는 오수들이 그대로 왕송호수로 들어가고 있었다. 호수정화 작업을 위해 시민들과 여러 환경단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행사가 끝나면 그것뿐이니 다시 호수는 오염되고 만다. 이렇게 더럽히려고 깨끗하게 정화하려고 했을까 반문해보지만, 그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이 더럽힌 것은 인간에게로 되돌아가게끔 돼 있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그 지역의 생활용수를 또는 식수를 보급해주는 저수지는 필수적이다. 단지 습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청정 1급수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간이 섭취하기 위한 용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은 물 없이 생존하기가 어렵고 오염되지 않은 물이야말로 식수로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태계는 순환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왕송호수 같은 농업용 저수지라도 최소한의 오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결국 왕송호수의 물을 섭취하게 되는 일은 반드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수지를 또는 습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외부인의 출입 통제와 정화관리만이 필요한 것일까? 왕송호수의 주변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왕송호수는 의왕과 수원, 군포에 에워싸여 있으며, 각 지역의 하천에서 유입돼 오는 물들이 저수지로 모인다. 호수의 주변은 약 7㎞, 산책로와 자연학습장, 철도대학, 농지 그리고 음식점들이 위치하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도 많은 이들이 찾아주는 곳이라 외부인들과 주변 거주지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수에 의한 오염을 추측해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작 모든 저수지의 오염원은 바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근처에 있는 의왕 ICD(Inland Container Depot·내륙컨테이너기지)의 경우가 그 중 하나이다. 의왕 ICD는 우리나라 내륙의 항구라고 불릴 만큼 많은 수도권 수출입컨테이너의 상당량을 처리하는 컨테이너 기지로서, 철도 수송과 내륙운송, 내륙 통관 및 항만의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나라 수출입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다. 75만㎡가 넘는 부지에 컨테이너 야적장과 창고, 컨테이너 정비고와 주차장뿐만 아니라 주유시설 등도 함께 위치하고 있다. 하루 평균 2350TEU의 수출입컨테이너를 수송하면서 먼지와 기름찌꺼기, 타이어가루 등 비점오염원이 될 수 있는 물질들이 발생함에도 저류시설도 없이 그대로 왕송호수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공동 투자·운영하여 규모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물류시설임에도 단지 법적인 제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습지가 오염되고 있다. 이보다도 규모가 더 작은 자동차정비시설이나 공장조차도 오염을 막기 위한 시설에 대한 법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규모가 큰 물류시설에 대해 저류시설을 설치하게 할만한 강제법안 등은 없다. 단지 그들의 자발적인 양심에 맡겨야 할 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연 누구의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사례가 단지 의왕 ICD의 경우만 들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으로 가는 바른길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철도를 이용한 운송이 친환경적이며 고효율적인 운송수단이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그 관리에 있어서 주변 환경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는 역(逆)녹색성장으로 가는 고속철도를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피해에 경악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바닷물의 방사능 수치가 평소에 1850배나 이른다고 한다. 당연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위험한 수준이다. 단지 일본 앞바다만 오염되는 것이니 우리에게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본의 원전 방사능이 왕송호수로 흘러들어 가는 비점오염원과 다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인간과 생태계의 흐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둘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발전과 보전이라는 첨예한 대립의 갈림길에서 그 어느 하나라도 우리가 포기하거나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경제를 지탱하는 시설일수록 더욱더 세심하고 엄격한 관리와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법제가 요구된다. 왕송호수와 그 주변에 사는 모두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모든 미래를 위해 정부와 시민의 관심이 더더욱 필요할 것이다. 물은 우리의 생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