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발전이 21세기 인류를 화석연료의 고갈에서 구해줄 청정에너지라던 말도 더 이상 할 수가 없게 됐다. 도리어 핵발전소와 핵폐기물처리에 대한 위험과 안전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런 때 새로운 에너지가 갑자기 나타나기라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 당장에라도 획기적인 무공해 대체에너지가 구세주처럼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 한 여태껏 살아오던 대로 방사능의 힘에 의존해 밤을 밝히고 살아야 한다. 또한 당장 그러한 대체에너지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꿔 놓기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물, 전기, 교통, 토지 등 이전에는 국영으로 운영되던 공공재들이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서비스 개선이라는 명목하에 민영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원전 폭발 사고를 통해 공공재의 민영화는 여론의 집중을 받게 됐다. 일본 원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어떤 이는 공기업과 정부기관의 관료화에 따른 병폐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관리체계가 허술한 민영화의 섣부른 실패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어떤 것이든 지금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답변을 주지 못한 채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이윤의 추구를 목표로 한다. 물론 서비스 면에서 본다면 민영기업이 공기업을 앞설 수 있는 능력과 전문 인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공재를 단순히 손익 계산에 의해서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공공재는 국민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도쿄전력의 경우처럼 자기업의 이익과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시설의 정비를 뒤로하고, 피해상황을 은폐하여 축소하려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기업 하나만으로 그치진 않을 것이다.
공공재는 공공성을 배제한 채 운영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 환경오염으로 인해 그 가치가 점점 귀해지고 있는 물, 공기, 숲과 같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환경공공재들이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가 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스런 일이다. 또한 더 이상 무한한 것이 아니다. 환경공공재는 지금도 끊임없이 소비되고 고갈돼 가고 있다. 공공재가 민영화되면 독점계층이 생겨날 우려가 크다. 즉, 모든 공공재에 자본주의적 원칙이 적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공재의 민영화. 조금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더욱이 환경공공재는 우리 자손들을 위해 소중히 남겨질 인류의 유산이며 경제적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재산이다. 이윤창출이나 효율성 같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존과 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을 생각해 신중하게 고려돼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