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어린이들을 위한 유산

김정섭(환경예술가)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언제부터 듣던 동요일까. 5월 5일이면 전국에 울려 퍼지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3·1운동 이후 소파(小波) 방정환 선생은 당시 일본의 통치에서 무력화돼가는 우리 민족에 대한 미래와 조선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조선의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방정환 선생은 푸르고 맑은 우리의 산하를 자유롭게 살아가는 조선의 어린이를 꿈꾸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백년도 채 안 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어린이들은 우리의 산하를 마음껏 누빌 자유는 얻었을지언정, 그들이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푸른 하늘과 벌판은 물려받질 못하고 말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의왕시 소재 철도박물관과 자연학습공원에서는 어린이축제가 열렸다. 이제는 명실공히 큰 축제로 자리를 잡아 행사 내내 주변 각 지역에서 축제를 즐기러 온 가족단위의 방문객들로 종일 붐빈다. 모처럼의 휴일, 먼 거리를 부모와 손을 잡고 놀러 온 아이들에겐 이날 하루가 일생을 통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임이 분명하다.

의왕시 경찰관들의 봉사로 오늘 하루 어린이 경찰이 돼볼 수도 있다. 그림 그리기도 풀잎 바람개비 만들기도 재미있는 놀이거리다. 한쪽 논두렁 체험행사에선 미꾸라지를 잡으며 옷이 더러워져도 아랑곳없이 그릇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바로 옆 왕송호수의 바위마다 붙어 있는 우렁이를 잡아 병에 담아 보며 신나는 아이와 어른들. 부모들 또한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왔기에 이런 것들이 새삼 신기하기만 하다. 해병전우회에선 어린이들을 보트에 태워 호수 한 바퀴를 돌아주며 오늘 하루를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를 한다. 단지 호수 한 바퀴 도는 데도 어린이들에겐 세상을 다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이 오늘 이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것일까.

우리 시대에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급한 불이라도 꺼보자는 마음으로 환경교육을 시작한 지 채 십년도 안 될 것이다. 학교나 지자체에서 각 단체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교육을 하지만 결국 듣고 따라 하는 암기과목이 돼 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한번도 보지 못한 북극곰이나 열매 한번 따먹어보지 못한 숲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소중한 것이니 지켜야 한다며 골백번을 강조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맑은 시냇물의 시원함이나 숲 속 새들의 지저귐, 집적 캔 나물의 싱그러운 향기를 한번이라도 맛보지 못해봤다면 그 소중한 가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맨발로 땅에서 뛰며 흙의 귀함을 알게 되고, 호수의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맞아봐야 비로소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저절로 느낄 수 있다. 바로 '산교육'이다. 지금 어린이들의 부모 세대조차 자연 속에서 그것의 혜택을 몸소 겪어본 이가 적다. 이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단지 앵무새처럼 외워서 가르치고 다시 받아 적고 외우는 것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수많은 환경단체와 유행처럼 번지는 갖가지 환경교육들…. 정작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 속에서 자연과 함께 뛰놀고 자라는 어린이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건강한 미래이자 희망이다. 환경교육의 참다운 스승은 바로 자연 그 자체이다.

이제 우리는 문명의 이기와 환경오염이라는 식민치하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대대손손 지켜야 할 유산을 남겨주어야 한다. 어린이날을 보내며 우리의 환경과 어린이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