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가난한 땅 위로 자동차들이 수없이 달리고 있다. 불과 삼십년 전만 해도 사치품이었던 자가용은 이제 생활필수품이 돼 버렸다. 내 집 장만보다 앞서 자가용을 먼저 장만하는 바람에 집집이 넘치는 자동차로 주차장은 부족하다. 주차 시비로 이웃 간 살인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수출보다는 내수에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열심히 팔아댄 결과가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한때는 자동차 가격이 아무리 싸야 전셋집 한 채에 해당하는 가격을 호가하기도 했지만, 이제 기름값이 오르다 보니 자가용 유지가 힘들어 번호판을 떼어 내고 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불법 쓰레기 투기처럼 말이다.
얼마 전 유가쇼크에 시달리는 국민의 고통을 함께하겠다던 몇몇 정유회사의 가격인하 소식은 결과적으로 흐지부지돼 버렸다. 정유회사가 손해를 보며 기름값을 내려 주기만을 기대하긴 어렵다. 유가가 오른다고 매번 정부 탓만을 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이번과 같은 유가 상승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정정 불안사태와 함께 일어난 것처럼, 국제정세와 관련된 일이 주원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대부분의 산업이 유가의 널뛰기에 따라 울고 웃는 형편이기 때문에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하다못해 배추 한포기 가격도 기름값에 맞춰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유가 상승은 개인의 가계에는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쳐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또한, 이번 원전파괴로 인한 일본의 계획 정전 실시의 예를 볼 때, 해외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 절약에 대한 체계적 매뉴얼의 설정이 유가상승대책의 제일순위로 매겨져야 할 것이다. 이번 유가 상승에 맞추어 정부는 야간의 광고 조명에 대해 규제를 하기로 했지만, 낮은 참여율과 너무나 구태의연한 에너지 절약 발상에 대해 국민의 실망을 안겨 주었다. 기름값만 오르면 으레 하는 불 끄기 운동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모든 국민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는 방법을 제안하려면 좀 더 현실에 맞는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를 대체해 탈것으로 자전거를 제시하면서 자전거 도로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전시 행정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거두어 한곳에 묻어 버리는 실수도 더는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바꿀 것은 바꾸되 당장 눈앞에서의 전시 효과와 실적에 매달리지 말고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공감해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법과 미래를 대비하는 에너지 산업에 정부는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