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치는 변비를 예방합니다' 외국인 반응

조 맥퍼슨(Joe McPherson) 한식블로그 ‘젠김치’ 운영자

얼마 전 형이 싱가포르 요리 투어를 마친 뒤 한국을 방문했다. 요리사로 활동 중인 형은 미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갈 ‘요리에 대한 영감’을 찾는 중이었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 나는 형을 데리고 점심으로 보쌈을 먹으러 갔다. 선택은 탁월했다. 장시간 여행으로 피곤함에 지친 형의 얼굴이 보쌈을 먹고 난 뒤 기쁨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야말로 정말 좋은 음식을 먹게 되는군!”

한국 음식이 외국인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은 그 맛과 더불어 이 같은 흥분감이다. 나는 그런 경우를 자주 봐왔다. 일본에 살고 있던 한 미국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맛보게 된 그녀의 첫 방문지는 삼겹살집이었다. 삼겹살을 맛본 그녀가 던진 한 마디는 이랬다. “아, 이 음식은 정말 풍미가 좋은걸!”

내가 종종 접하는 싱가포르 관광 홍보 광고물이 하나 있는데, 그 광고물의 내용은 젓가락을 쥔 한 서양 관광객의 사진이 전부이다. 이국적으로 보이는 음식으로 가득 찬 테이블에 앉아서 젓가락을 손에 든 그 서양 관광객은 ‘게’ 쪽으로 젓가락을 가져가면서 경탄과 기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반면, 내가 보았던 한식 관련 홍보물들은 한국 음식의 탁월한 풍미나 흥분감을 그렇게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대신 한국 음식의 건강적인 기능과 문화적 독특함을 알리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가 형에게 이런 상이한 광고 내용에 대해 얘기를 하자 형은 피식하고 웃으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여줬다.

“요리사가 TV에 나오면 그 요리사는 자기 요리가 얼마가 건강에 도움되는지를 절대 얘기하지 않지. 미국사람들은 그 얘기를 음식 맛이 엉망이다는 뜻으로 이해하거든.”

시카고에서 열린 한 요리 관련 행사에서 김치 박물관 부스가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내가 들은 바로는, 그 박물관 부스 앞에 세워진 첫 번째 안내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김치는 변비를 예방합니다’.

한국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장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로 나를 배고프게 하거나 내 식욕을 돋우지 않는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경우를 한번 비교해보자. 한쪽은 화려한 잔칫상을 떠올리게 하지만, 다른 한쪽은 변기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완전히 상반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요리 트렌드를 면밀하게 지켜보는 내가 보건대 한국 음식은 너무 빨리 정점을 찍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지금은 인기가 있지만, 트렌드로서는 이미 하강곡선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든 트렌드는 결국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은 한국 음식 마케팅에 있어 어쩌면 결정적인 순간이다. 한국 음식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한국 음식 홍보의 첫 번째 단계, 즉 한식 자체를 알리는 일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식(Hansik)은 이미 트렌드가 돼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한국 음식 트렌드가 아주 일시적인 유행에 머물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 음식 마케팅의 기어를 바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