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대동여지도와 경제총조사

이인실 통계청장

고산지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든 건 1861년이었다. 대동여지도는 당시까지 만들어진 지도 중에서 가장 큰 전국지도였다. 게다가 정밀함과 실용성도 갖췄다. 이전까지 관에서 편찬된 지도들은 관가의 서가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어 일반백성은 접근이 쉽지 않았다. 김정호가 27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샅샅이 답사하고 실측해 대동여지도를 만든 것은 일반백성이 지리정보를 손쉽게 이용해 상업활동을 활발히 하고 삶을 개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당시 대동여지도의 크기는 전체를 펼쳐 이으면 세로 6.7m, 가로 3.8m나 됐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호가 이 지도의 판각본을 흥선대원군에게 바치자 그 정밀함에 놀란 조정에서는 국가 기밀을 누설한다는 죄목으로 김정호를 투옥하고 각판을 불태웠다. 오히려 일제가 대동여지도를 러일전쟁 때 군사용으로 사용했으며 합병 후에는 토지조사사업을 벌이면서 참고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지도는 시대를 반영함과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꿔 놓기도 했었다. 전쟁에서 정밀한 지도는 군사력 못지않게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부정확하긴 했지만 항해지도가 없었다면 신대륙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금물이라지만 만약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널리 보급되고 이에 따라 산업 및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경제규모가 커졌다면 우리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통계청에서 23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한 달간 진행하는 경제총조사는 경제 분야의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일이다. 경제총조사는 선진국들이 인구주택총조사와 더불어 가장 신경을 써 시행하는 경제분야 통계조사이다. 미국은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지기 한참 전인 1810년에 경제총조사를 도입했다. 당시는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이 급증하던 시기였다.

경제총조사는 정부의 경제와 산업분야 정책수립과 기업의 경영계획 수립 및 평가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의 산업구조와 분포 및 사업체의 경영실태 등을 동일시점과 기준을 이용해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경제분야 총조사이다.

기존에 시기와 기준을 달리해 실시됐던 산업총조사와 서비스업총조사를 통합하고, 농림어업, 건설업, 운수업 등 국내 전 산업을 포괄해 시행되는 명실상부한 경제분야의 최대 통계조사로 올해를 시작으로 5년마다 실시할 예정이다.

약 한 달간에 걸쳐 전국에 있는 330만 개의 모든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원들이 직접 방문해 사업자등록번호, 매출액, 종업원 수, 전자상거래 여부, 녹색 산업활동 여부 등의 공통항목을 조사할 예정이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산업별 특성항목 조사가 추가된다. 통계청은 영세상공인들의 응답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행정자료를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조사된 내용은 통계법에 제33조에 따라 오직 통계작성에만 활용하도록 돼 있어 개인정보유출이나 과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경제총조사는 경제분야의 세밀한 지도를 그리는 작업과 같다. 앞으로 한 달 동안 2만2000 명의 조사원 하나하나가 200년 전 김정호가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했던 그 마음으로 사업체를 찾아갈 것이다.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장사도 잘되지 않는데 또 무슨 통계조사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곳을 찾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조사가 누락되면 정밀한 경제통계지도는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 조사된 자료는 정부의 정책입안과 기업의 마케팅 활동 등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게다가 200년 전 일반인은 이용하기 어려웠던 지도와 달리 이번 조사 자료는 읍면동 단위의 소지역 세부산업까지 통계로 작성해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통계포털 KOSIS를 통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몇 해 전 내비게이션에 잘못된 지도 정보가 입력돼 있어 길이 아닌 곳이나 절벽으로 운전자를 인도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통계는 정책 수립을 위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만약 정확하지 않은 통계가 작성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기업과 개인에게는 예기치 않은 사업 실패 등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경제총조사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국가통계 조사다. 부디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경제총조사가 성공적으로 수행돼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밑거름이 됐었으면 한다. 경제총조사 슬로건과 같이 ‘대한민국이 당신의 사업을 활짝 피울 수 있도록’ 조사 대상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