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독일의 결정, 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전환

김정섭 환경예술가

독일의 원자력 시대가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 독일은 앞으로 1년 뒤인 2022년까지 자국내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발표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 이후 방사능 공포에 대한 우려와 악화된 여론 그리고 환경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겠지만, 어쨌든 단호한 독일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동 중단 중이었던 원전 7기와 크루에멜 원전을 즉각 폐쇄를 시켰다. 또한 2021년 말까지 원전 6기를 폐쇄하고 2022년 말까지 나머지 원전을 모두 영구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8번째 원전은 기술적 문제로 수년 동안 가동을 보류해온 상태다.

독일인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완벽하고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패전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그들의 과학과 기술은 절대로 세계의 기술 전쟁에서 져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그들이 원자력 에너지포기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자국 내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성과 기술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제 그들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원자력을 포기함으로써 전 세계 주요 산업국 가운데 원자력 발전을 완전 포기 선언한 첫 번째 공식 국가가 됐다.

메르켈 독일 총리 또한 물리학 박사로서 오랜 세월동안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고 깨끗한 자원이라고 여겨왔었고, 원전에 대한 공포심을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독일의 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원자력 논란 중에 ‘독일인은 현실 감각이 없다’고 말하며 원자력 에너지를 옹호하던 그녀는 일본의 원전사고를 보며 생각을 바꾸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그녀의 의지만 개입된 것은 아니다. 독일의 공영방송인 ARD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설문대상자의 70% 이상이 원자력 포기에 찬성했다. 서로 견제를 하던 정치권도 이에 합의를 봤다. 원자력에너지를 지지해 오던 자유민주당(FDP)마저도 원자력을 반대하게 됐다. 이렇게 전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 합의된 가운데 원자력 에너지를 포기했지만, 이제 그들 앞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수급의 22% 이상이 원자력 에너지로 충당되고 있다. 아직은 일부 발전소를 12년 더 연장 가동하면서 점차적으로 폐쇄시킨다는 계획이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모자란 에너지를 충당하려면 새로운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함께 비약적인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뢴트겐 환경부장관은 ‘모든 수요자에게 상시적으로 전기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 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질 않았다.

더구나 에너지 수급 시스템의 구조조정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수많은 기술적·경제적·정치적 문제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더구나 독일이 이뤄놓은 산업 사회의 구조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전후 독일이 양분된 가운데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건설해 놓은 모든 산업 인프라 또한 구조조정의 위기에 봉착했으며, 그들이 수십 년간에 걸쳐 이룩해 놓은 경제 성장 모델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독일인들은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이제 그들은 대체에너지를 찾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자연적·지역적 환경에 가장 적합한 대체에너지를 찾아 에너지 생산 공급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공급이 줄어들게 된 전기 공급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를 친환경적으로 그리고 분산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원자력 에너지 포기 선언에 영향을 받은 독일의 원전관련 주식은 급락했다. 이들 에너지 기업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며, 그들의 경제적인 손실 부분을 메워 주는 일도 커다란 해결문제로 남아있다. 한동안은 대체에너지의 수급문제로 원자력 에너지보다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판명된 원자력 에너지 또한 유지, 보수하고 기술을 개발하려면 비용이 오를 것은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싼값에 사용하던 원자력 에너지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현재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중이 아니던가.

우리도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독일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단지 그들이 한발 앞서 진행해 나갈 뿐이다. 우리도 결국 그들이 가는 길을 똑같이 가야 할 것이 분명하다. 독일의 결정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시선을 떼지 말고 지켜 봐야 한다. 독일의 이번 결정은 인류 역사에 있어 새로운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