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미래 농업

김정섭 환경예술가

지구의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며,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점점 흙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예전보다 식량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대했지만,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오히려 부족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 차례나 유전자 조작식품과 광우병, 조류독감, 구제역 사건 등을 겪으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을 매우 민감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최근 주말 농장이나 텃밭 재배에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다가올 식량문제를 생각한다면 좀 더 적극적이며 새로운 농업기술이 필요할 수밖엔 없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가 인류 스스로 만들어버린 식량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올해 서울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는 미래 식량위기의 해결책으로 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을 주창해왔던 딕슨 데포미에 컬럼비아대학교 명예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수직농업과 식물공장에 대한 필요성과 비전을 제시해 왔었다. 밀집된 인구에 건물들로 꽉 들어찬 도시의 환경을 이용해 이전부터 우리가 행해왔던 수평적인 농사법과는 다르게 전환시킨 것이 바로 이 수직농법이다. 친환경적이며 무수은의 LED 기술을 이용한 컨테이너형 식물 재배 시스템을 이용해 깨끗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할 수도 있다. 미래의 식량위기와 환경파괴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매력적인 농사법인 이 버티칼팜 프로젝트(Vertical Farm Project) 사업이 미래에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는 식량의 자급을 위한 노력을 무수히 하고 있다. 영국의 ‘랜드셰어(Landshare)’의 경우, 토지 소유자와 경작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통해 6만명에 가까운 가입회원을 두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경작지가 좁고 인구가 밀집된 영국과 같은 나라의 경우 도시 텃밭과 임대 텃밭의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한 농업정책의 성공적인 대표사례로 꼽히는 쿠바의 경우,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90%가 도시 내 또는 도시 인근에서 생산되고 있다.

1989년 이전만 하더라도 아바나에서는 도시농업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구소련의 붕괴와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 미국의 경제 봉쇄 등으로 인한 국가적 식량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던 길은 바로 도시에서의 식량 생산을 장려한 쿠바정부의 도시 농업 정책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미 외국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도시 농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지 오래다. 물론 이는 기술, 과학적으로만 연구되고 발전된다고 이뤄지는 일이 아니며, 국가, 기업, 시민, 행정 등 여러 영역에서 협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제 우리도 새로이 다가올 식량난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계획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녹색을 생각해야 한다. 도시공원의 설립과 함께 도시에서 경작 가능한 토지를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도시 텃밭의 계획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도시텃밭의 비해 도시공원의 조성비용 및 유지관리비는 20배 이상이 더 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공원이나 텃밭이나 모두 도시의 녹색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시 농업을 위한 육성 지원 및 조례 등을 제정해야 한다. 국토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각종 토지 이용에 관한 법률, 농지법 등 도시 농업 활성화를 위한 근거를 마련키 위한 법제를 검토하고 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직농법과 같은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합한 첨단 농법의 개발을 위해 부단한 연구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데포미에 교수는 강연에서 미래농업의 대표적 도시인 뉴욕에서의 수직농장 초기 실패담을 이야기했다. 당시 수직농법으로 싹을 틔워 식물을 길러낼 수 있었지만, 야채와 채소의 꽃가루를 수분시켜줄 곤충이 없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고 한다. 뉴욕과 같은 도시에선 방역 등으로 인해 나비나 벌을 구경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곧 뉴욕시에서는 고층빌딩에서의 양봉이 가능하도록 해주었고, 그제야 수직농법에 성공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 놓았다. 결국 과학의 힘을 빈 농업도 자연의 도움과 인간의 노력이 함께 조화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래의 농업은 아마도 친환경적이며 자원순환적인 형태로 이뤄질 것이다. 어떤 산업에서든 마찬가지겠지만, 미래형 농업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각 분야의 녹색기술이 합쳐져야 가능할 것이다. 사실 현재 인류의 과학 기술은 극도의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기에, 이미 가진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친환경적 산업을 이룰 수 있다고 추측해본다. 물론 기술의 힘만으로는 미래 농업의 성공을 바라긴 어렵다.

많은 생물종다양성의 확보와 보존 또한 기술력 못지않은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의 과학이 나아가야 할 곳은 이제 녹색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