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일곱 번째의 대륙

김정섭(환경예술가)

지난 19일 왕송호수에서는 의왕시 해병전우회의 수중정화행사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왕송호수의 밑바닥에선 끝도 없이 쓰레기들이 나왔다. 이런 곳에서 수중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할 정도다. 왕송호수로 놀러 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료수 병은 물론이고 옷이나 타이어, 가전제품 등 심지어 생활 쓰레기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면 더 많은 쓰레기와 오물들이 호수로 쏟아져 들어올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인간이 탄생시킨 것 중 아마도 플라스틱만큼이나 편리하고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훌륭한 발명품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너무나 편리하고 값싸기 때문에 쓰고 버리는 것을 무한 반복한 나머지 그것들의 처리를 생각하지 않은 채 지금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 이 플라스틱의 무덤이 만들어낸 대륙, 즉 인간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일곱 번째의 커다란 대륙이 바로 태평양에 떠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는 이곳은 1997년 미국의 찰스 무어라는 사람에게 발견된 이래 인류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됐다.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고기잡이 그물, 병 등 대부분의 쓰레기 더미를 이루는 플라스틱 조각들은 쌀알만큼이나 작은 조각들로 부서진 상태로 떠다니고 있다.

인공위성으로도 관측조차 안 되는 이 대륙은 육지와 선박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원형순환해류인 북태평양환류를 따라 섞여 돌다가 바람에 의해 갇혀버린, 쓰레기 더미가 모여 이루어진 섬인 것이다. 한반도의 7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섬은 천천히 이동하면서 해양 오염은 물론, 자연의 광합성 작용을 막기도 하며 바다생물들과 인간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끼치고 있다. 심지어 물고기나 새들조차 이 쓰레기들을 먹이로 착각해 먹다가 죽기도 한다.

이 쓰레기 더미의 제거 비용은 만만치 않다. 더구나 공해상에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앞장서서 제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것을 알면서도 인간은 끝없이 버리고 또 버리고 있다.

왕송호수 또한 마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왕송호수에 사는 물고기들과 새들은 먹잇감이 없으면 쓰레기를 먹기도 한다. 장맛비에 물이 불어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쓰레기들은 더 이상 잡아먹을 물고기가 없어 굶주린 배스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식사거리다. 떠내려 온 쓰레기들은 썩지 않고 호수 밑바닥에서 유독물질을 뿜어낸다. 그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그것으로 지은 농산물들은 모든 먹이사슬의 가장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는 없다. 결국 인간이 버린 것을 그대로 인간 자신이 되돌려받는 셈이다.

올해 첫 장마가 시작됐다. 전국에 있는 강과 호수마다 떠내려 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썩지도 않는 쓰레기는 더 큰 문제다.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분해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누가 알 수 있으랴? 우리의 강과 호수에도 제8의, 9의 대륙이 생겨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환경문제는 도덕의 문제’라던 어떤 환경강의에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나 하나쯤은 어떠랴’고 생각하며 무심코 쓰레기 하나를 버린 일조차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일종의 범죄행위로 간주해도 충분할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올 저주를 남에게 던져버리는 것으로 모든 비극이 시작된다. 거대한 대양을 떠도는 제7의 대륙은 바로 인간에게서 버려진 도덕성과 양심이 커다란 쓰레기의 섬이 되어 갈 곳 없이 떠돌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