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청렴이 청정을 만든다

김정섭(환경예술가)

항상 터져 나오는 공무원들의 비리에 이젠 국민마저 익숙해져 있다. 금융, 복지, 의료 등 수많은 분야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무원들도 있지만,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오히려 일반 시민보다도 불법 무질서 행위를 자행하는 공무원들도 적잖이 있다.

지난 5일 부산의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이 퇴직 공무원과 함께, 찜질방이나 세탁공장 등 상수도를 많이 사용하는 대형업소에 금품을 받고 검침량을 조작해 요금을 줄여주다 적발됐다. 이들은 계량기를 파손해 검침량을 조작하는 수법을 통해 뇌물을 챙기고, 업소들은 11억원에 상당하는 수도요금을 포탈했다. 어쩌면 지금도 국민이 낸 세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디론가 줄줄 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도나 전기 등의 계량기를 속여 부정을 저지른 일은 작년에도 또 그전에도 계속해 있어왔던 일이다. 검침량 속이기는 단지 작은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얼마 전 전북 장수군이 발주한 35억원 상당의 ‘가축분뇨자원화 사업’ 공사에 대해, 공사와 관련한 업체로부터 7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부탁을 받은 공무원을 구속하기도 했다. 골프장 건설이나 오물정화시설, 재건축 등 환경과 관련돼 깨끗함과 공정함이 요구되며, 잘못된 판단이 국민과 국가의 장래에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직업 분야가 바로 공무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러한 비리는 근절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다른 어떤 분야 중에서도 환경관련 사업이나 공공재사업은 바로 막대한 이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유혹이 그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그것을 뿌리칠 수 있는 힘이 바로 공직자의 윤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관련 분야에서의 공무원의 책임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막중하다. 강제적으로 법이나 규칙에 얽매임에 앞서 올바른 판단력과 함께 환경에 대한 윤리적인 척도가 바로 정립돼 있다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책임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정과 비리가 적발된다면 처벌 또한 엄중히 처해져야 할 것이다. 감봉이나 약한 징계로 일관되어 오던 솜방망이식 처벌로는 수십년 이상 뿌리내려온 관행들을 근절시키기는 데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도시는 나날이 발전하고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져 가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이때에 개발과 보호라는 첨예한 대립 사이에서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자신의 안녕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 정신으로, 먼 미래를 바라보는 환경 분야의 공직자들이 새삼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정(淸淨)한 미래는 청렴(淸廉)에서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