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건강한 보신 문화를 위하여

김정섭(환경예술가)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먹는다. 그러나 생존만이 아니라 식도락을 위해 또는 건강을 위해 먹기도 한다. 몇천년 전 중국의 시황제조차 불로불사를 위해 다른 나라에까지 불로초를 찾아다녔다는 전설이 있다. 황제라는 권력과 부귀영화도 영원한 생명에 비하면 한낱 부질없는 일이었기 때문일까?

무더위가 시작됐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방울이 줄줄 흐른다. 기운도 빠지고 입맛도 사라지는 계절, 복날을 보내면서 뜨거운 삼계탕이나 시원한 물냉면 한 그릇 보양음식을 먹어 기운을 북돋우기도 한다. 우리의 체질에 맞는 제철 보양음식에서 조상님들의 지혜가 구수하게 묻어나온다.

아마도 세계에서 중국과 함께 우리나라처럼 보신음식을 향한 열망이 강한 국민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보신관광이란 이름을 달고 해외원정까지 가서 몬도가네를 즐기다가 국제적인 지탄을 받으며 망신을 당하기까지 한다. ‘내 돈으로 내가 몸보신 하러 다니는데 웬 트집이냐’고 말한다면야 누가 뭐랄 수도 없지만, 문제는 멸종돼가는 야생동물들만 골라잡는다는 데에 있다.

‘야생의 동물들이 몸에 더 좋다’는 오래된 인식에 따라 아직까지도 많은 야생 동물들이 밀렵에 의해 희생되고 매매되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외국의 보신문화를 여과 없이 방송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뱀이나 고래같이 멸종위기에 놓여 매매가 금지된 동물들의 요리를 보여주어, 야생동물을 먹는 행위를 마치 적법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단순한 흥밋거리를 위한 것이라지만 이런 것 하나가 사람들의 인식을 붙잡아 놓는 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야생동물의 불법 수렵·매매뿐만 아니라 식품으로써 적당한지에 대한 위생과 식품보건에 관련된 문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축이 아닌 동물들이 유통과정이나 원산지가 제대로 확인될 리가 없다. 심지어 요즘 소비가 많이 되는 보신탕용 개고기조차 중국에서 불법으로 밀반입·유통된다는 보도는 간과해서는 안 되며 보건 당국의 사실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종교적 견해나 개인의 가치관 또는 문화에 따라 식문화에 대한 시각은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야생동물을 잡아서 먹는 풍토는 근절돼야 하며 그릇된 보신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인식도 새롭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바른 먹을거리와 공인된 유통과정을 거친 건강한 식품의 섭취는 국민건강을 위해 당연한 일이다.

야생동물은 우리 인간과 자연에 남은 천연자원이자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야생동물의 밀렵과 매매를 통해 그들의 자연스러운 진화와 도태, 적응 과정에 개입해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후손들이 살게 될 미래뿐만이 아니라, 현재를 위해서도 보호해야만 한다. 일시적인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오래된 풍습을 근절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밀렵과 밀매매의 단속과 처벌의 법적 강화와 함께 계속적인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통해,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한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무더운 이 한여름, 시원한 콩국수와 함께 먹는 열무김치는 어떨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건강한 여름이라면 어떤 음식이든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