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 근대문물의 자주적 수용, 변화하는 19세기 말 세계질서의 능동적 대처, 인간의 존엄성·신분·질서에 대한 민초들의 가치관의 변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일본 제국주의에 국권을 침탈당해 인고의 36년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다시금 이 땅에 자주독립의 감격을 되찾은 바로 그 날이다.
이제 애국선열들의 독립투쟁 결과로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66년이 지나고, 남과 북으로 나뉘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기도 하고, 자유·민주·평화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반독재 체제에 끊임없이 도전해 구태·구악을 일소하고 세계 속의 일류국가 건설에 매진해 왔건만 우리 사회의 면면은 애국선열들의 노고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일신의 영달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풍찬노숙의 고통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와 그 유·가족의 오늘의 삶을 우리는 얼마나 존경하고 예우하고 있는지, 그분들의 열정과 얼을 얼마나 계승·발전시켜 나아가고 있는지 모두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임에도 자꾸만 과거사로 치부하고 잊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나마 정부에서는 독립유공자를 비롯한 보훈가족의 자긍심 고취와 명예선양, 그분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국가보훈업무를 수행하는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킨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앞으로 애국정신을 초석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보훈문화를 확산시켜 국민통합을 이뤄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회 각 방면에서 지난 반세기의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련에 직면해 있다 하겠다. 100만이 넘는 취업난, 북한군 대치, 사회적으로는 계층·세대 간 갈등과 불만의 수위가 높아져만 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간 동맹관계,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최우선의 과제가 된 작금의 현실. 이 모든 난제를 푸는 길은 국민통합의 정신적 중추, 민족정기를 되새겨 진정 애국하는 길이 무엇인지 전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진지한 토론과 반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땅에 영원히 지속될 자유·평화·번영의 민주주의 공동체는 사회 지도층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해 지혜와 노력을 기울일 때 가능함을 우리는 선열들의 소리없는 외침에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주독립국의 탄생을 위해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가신 애국선열의 뜻을 되살려 오늘의 당면과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때 선열들의 애국 향기가 온누리에 퍼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