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에게 깊은 병이 들기 전 열이 난다든지 배가 아픈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재난에는 전조 증상이 있다. 분명히 우면산 산사태에 이전에 전조 증상은 있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지난해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곤파스’로 인해 수천그루의 나무가 뽑히고 산사태가 발생했던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최근까지 생태공원이나 택지조성 등의 개발에만 앞서 재난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도 피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준에 못 미치는 배수시설과 저수지도 문제가 됐다. 보통 하수도 설계 기준은 시간당 강우량보다 커야 하는데, 관악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의 대부분 지역의 하수도 설계는 기준인 75㎜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준으로 시간당 100㎜를 넘는 폭우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분명히 안전을 뒤로한 난개발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도 힘들 것이다. 분명히 이번 피해는 전조 증상이 있었다. 이것을 무시한 것은 인간의 얄팍한 자만심에 의존했기 때문이리라.
또한, 재해에 대한 방재시스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사고 직후, 해당 구청 공무원은 폭우가 내릴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우면산 주변 주민들에게 경보조차 내리지 못했다. 웃지 못할 일은 당시 산림청에서 보낸 산사태 예보 문자를 해당 구청 직원도 아닌 엉뚱한 사람들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의 안전에 우선으로 나서야 할 공무원들의 엉터리 비상연락체계와 주민의 생명이 달린 일에 간단히 문자 메시지로 관계 공무원들 몇 명에게만 보내면 해결될 것이라 여긴 산림청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의 방재 시스템과 매뉴얼로는 이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나 폭설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더 빈번해지고 있다. 더욱이 예전과 달리 농촌보다는 도시에서 피해와 손실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 없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가 온전히 살아남기를 바랄 수는 없다. 다행히 이번 폭우로 서울시의 도시방재시스템을 이상기후 대비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그 지역의 특성과 재해에 신속히 대비할 수 있도록 체제적이고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도 이상기후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피해국 중 하나가 됐다. 이상기후에 관한 무지와 안전 불감증은 재해방지에 가장 큰 적이 될 것이다. 한국의 가장 큰 도시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번 재해를 보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이상기후대책에 대한 현주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막을 도리밖에 없다. 재해에 보단 강한 나라가 되는 방법만이 전 지구적 위기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