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운영 예산을 놓고 수원시의원과 시 고위 공직자 사이에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이 빚어졌다.
수원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소위원회는 2일 재경보사위원회 소관 추가예산안 심사를 벌이면서 시가 요청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운영 예산 9억1,150만원 가운데 3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이에 앞서 이 예산을 심사했던 재경보사위는 시설 운영예산의 과다 책정과 음식물 쓰레기 소각시설에 대한 시의 대책안 마련 미흡 등을 사유로 5억원을 삭감, 4억1,150만원을 통과시켜 예결특위에 상정했다.
예결특위 제2소위는 이날 심사를 벌이면서 시 해당 부서가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너무 많이 삭감해 이후 발생할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서 "최소한 6억1,100만원까지 예산이 책정돼야 시 전체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자, 재경보사위 차긍호(평동) 의원을 불러 예산의 재책정에 대해 논의했다.
차 의원은 하지만 "현재 평동 음식물쓰레기 소각장은 1일 수용량 100톤 보다 30~40여톤이 더 많은 양이 소각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악취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시는 전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과다한 처리비용만을 요청한다"면서 "시 요청을 승락하면 소각장 과수용은 계속될 것이고, 인근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며 예산을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차 의원은 "시는 예산을 요청할 때 단순히 처리비용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 전체적으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홍보 캠페인과 이벤트 등의 사업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은 전혀 없고 음식물 쓰레기를 쏟아 부을 예산만 달라니,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2소위는 차 의원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시 해당부서 직원들에게 "차 의원과의 합의를 통해 도출된 예산을 다시 요청하라"고 뒤로 물러섰고, 직원들은 "음식물쓰레기가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동안은 늘어날 시기"라면서 "최소 처리비용인 6억여원까지만 재책정해 달라"고 차 의원에게 요청했다.
차 의원은 "6억여원이 어떤 근거로 산출된 예산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한달 평균 처리비용을 1억2,000여만원씩 계산해 5억여원이면 4개월 동안의 예산으로는 충분하다"면서 "하반기 추경때 다시 예산안을 올리면 그때 나머지 예산을 책정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들은 최소 처리비용으로 6억여원 책정을 계속 요구했고, 심사가 늦어짐에 따라 이날 오후 3시20분께 권인택 환경녹지국장이 직접 심사장을 방문, 예산 재책정을 요구했다.
'갈 데까지 간 예산 심사장'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을 놓고 시의원과 시 해당 직원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오가다가 예산 심사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후 3시20분께 심사장을 방문한 권 국장은 "예산이 세워지지 않으면 시 전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느냐"며 "최소 예산마저 주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예결특위 의원과 차 의원을 상대로 재검토를 요청했다.
차 의원은 하지만 "시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면서 "소각장 자체가 과포화 상태여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시의 대책 마련은 제로 수준"이라며 "무조건 쓰레기를 쏟아부을 생각만 하지 말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대책 마련이 제로'라는 말에 격분한 권 국장이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당신들한테 밑보인 적 없는데 이런 모욕은 처음"이라면서 "일을 안하는 것처럼 얘기하지 말라"고 즉각 반응했다.
얼굴까지 상기된 권 국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권한 쥐었다고 너무한 것 아니냐"며 "툭 하면 공무원들 모가지 자른다는 말이나 하고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차 의원이 "왜 말을 만들어서 하느냐. 나는 모가지 얘기 한적 없다"면서 "일을 안하는데 예산을 계속 줄 이유가 있느냐"고 되받았다.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난 두사람이 서로 반말을 하며 삿대질을 벌이면서 주먹다짐까지 벌일 상황으로 치닫자 주위에 있던 의원들이 두사람을 부둥켜 안고 말렸다.
분을 못이긴 권 국장은 심사장을 나갔다가 3분여가 지난뒤 심사장에 돌아와 예결특위 의원들에게 "죄송하다. 너무 흥분 했었다"며 사과를 했고, 이 과정에서 차 의원이 "말 만들지 말라. 당신들 주민들 고통 모른채 하고 그런식으로 하는 것 아니다"고 말하자,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권 국장은 "누구한테 '당신'이래. 이런식으로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 되받았고, 차 의원이 "가만두지 않으면 어쩔 거냐"며 항의, 다시 대립했다.
옆에 있던 재경보사위 전문위원과 시의원들이 권 국장을 데리고 심사장 밖으로 나가면서 10분여간 아수라장이 됐던 심사장이 수습됐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예산 결과 주목
예결특위 제2소위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결국 음식물쓰레기 처리 예산을 차 의원의 주장과 시 해당 부서가 요청한 예산의 중간인 5억6,150만원으로 책정, 당초 예산안에서 3억5,000만원을 삭감한 채 통과 시켰다.
이 예산안은 3일 열리는 예결특위 최종심사를 통과하면 오는 4일 시의회 제2차 본회의에 상정, 최종 결정된다.
현재 평동 음식물쓰레기 소각장은 1일평균 100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지어졌지만, 지난해의 경우 1일 평균 147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반입, 과포화 상태다.
한편 시가 당초 최소 처리비용으로 요청한 6억1,150만원의 경우 시는 이 예산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 동안에는 매달 평균치보다 20~30%의 음식물쓰레기 양이 증가함에 따라 책정된 금액이라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퇴비화시설 운영비 지출현황을 보면 이 기간동안 지출된 비용은 지난해 평균치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지난해 2월과 11월의 경우 각각 4,227톤과 4,447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반입됐으며, 지난해 7월과 8월의 경우 다른 기간보다 많은 각각 5,206톤과 4,607톤이 반입됐다.
하지만 처리비용의 경우 지난해 2월과 11월에는 각각 8,070여만원과 1억2,890여만원이 지출됐고, 지난해 7월과 8월에는 각각 1억1,410여만원과 1억1,890여만원이 소요, 지출액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지난해 한달 평균 처리비용인 1억676만여원보다는 오히려 적은 금액이었다.
또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처리비용은 모두 4억5,570여만원으로, 올해 추경 예산안 가운데 당초 재경보사위를 통과한 4억1,150만원 보다는 많았고, 차 의원이 다시 제시한 5억1,150만원보다는 5,580만원 적었다.
이에 따라 이날 예결특위 제2소위를 통과한 5억6,150만원을 지난해 지출현황과 비교하면 인건비 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오는 9~10월에 있을 제2차 추경예산심사때까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이날 예결특위 심사가 끝난 뒤 본지와 갖은 인터뷰에서 차 의원은 "지방의원들이 집행부를 상대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게 예산심사"라면서 "당초 예산을 크게 삭감한 것은 시 집행부가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책마련을 서두르지 않는 등 안일한 자세로 일관해 이를 견제 하고자 매번 예산심사에 참여토록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