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외래종과 생태계의 보전

김정섭(환경예술가)

우리는 흔히 낚시꾼들을 ‘강태공’이라 부르며 ‘한량’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중국 주(周) 나라의 태공망(太公望)의 고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속세를 떠나 무위도식하며 강가에서 곧은 낚싯바늘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다고 했던 강태공의 고사의 이면에는 어지러운 세상과 폭정에도 끈기 있게 기다리며 초야에 묻혀 병법과 인륜, 치세(治世) 등 정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익히며 세상으로 나갈 때를 기다리던 기다림의 대가를 만날 수 있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한적한 시골 저수지에서의 밤낚시는 복잡한 생각을 머물게 해주기도 하고, 푸른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노라면 대자연의 품에 안긴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게 만든다. 현대에 와서 낚시는 스트레스에 지친 도시인들의 레포츠로서 각광을 받기도 하지만 ‘일요과부 양산 취미’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와 함께 일부 몰지각한 낚시인들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집단’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경기도 의왕시의 왕송호수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생태계를 걱정하는 강태공들의 모임이 있다. 한국생태보존낚시협회는 2006년 창단 이래 전국 각지의 강과 호수의 생태계 현황을 조사하고 배스나 블루길 등의 생태교란어종의 퇴치를 위해 행사와 홍보를 하고 있다. 혹자는 외래어종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토종과 함께 정착어류로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들도 생태계 일부니 퇴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지 토종어류를 포식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외래어종의 무서움은 수중생태계를 자연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수중식물계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어종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한국생태보존낚시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많은 수의 토종어류들이 왕송호수에 사는 배스에 의해 개체수가 감소했고, 배스의 먹이 또한 줄어들어 이로 인한 녹조증가와 수질의 악화를 염려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 된다면 생태습지로서 각종 철새의 휴식지로 유명한 왕송호수에 철새들의 발길이 끊길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수중 생태계의 파괴는 곧 조류생태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배스나 블루길이 원래 살던 곳에서는 천적이나 서식지 자체가 그들을 생태계의 일원으로 잘살아갈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조성돼 있었지만, 천적 없는 이곳에선 그들의 세상이 되어 주인도 손님도 갈 곳 없이 변해버릴 수밖엔 없다.

지금 우리 땅의 생태계는 인간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오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보전과 생물종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은 지금 서둘러 마구잡이식의 생물종의 복원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까지 발 벗고 나서 멸종 동물들을 복원하려고 하지만 생물종의 가치에 대한 것만 급급했지 생물종을 둘러싼 생태계에 대한 이해는 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복제마저 가능하다고 하는 현대 유전과학이 생물종의 복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종을 되살려 보내야 할 생태계 환경을 이해 못 한다면 다시금 종의 멸종이 반복될 것이다.

비단 왕송호수 뿐만이 아니라 의왕의 백운저수지나 가까운 신갈저수지 또한 예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외래어종과 외래식물로 인해 이미 많은 재래종의 서식지가 사라져가고 있다. 각 지역의 생태계 환경을 이해하고 서식생물종에 대한 조사와 실태 파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생물종 보호와 방사나 퇴치 그 어떠한 인간의 노력도 허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전문가만이 환경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과 물고기에 대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의 변화에 관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 수 있고 누구나 자신과 가까운 자연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켜봐 준다면 사라진 것들은 되돌아오고 제자리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낚시질은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으며, 사냥을 하되 잠자는 새는 쏘지 않는다는 공자의 조이불망(釣而不網). 어떠한 물욕이나 사심을 위해 살생을 하지 않는다는 고대의 가르침이 작금(昨今)에도 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유를 향한 지나친 인간의 욕심이 또다시 자연을 어지럽혀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