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마을 만들기 사업, 전략적 실천이 필요하다

김정섭(환경예술가)

현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포한 지 이제 만 3년이 넘어간다. 이제 정치, 교육, 경제 문화 등 대부분 분야에서 녹색을 배제한 채 논의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러한 시류(時流)가 버겁기도 하지만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이 시점에선 우리 역시 예외일 수 없고, 미래를 대비한다면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다.

일본의 침략과 한국전쟁을 겪은 후, 극심한 가난 속에서 70년대에 등장한 ‘새마을 운동’은 도시와 농촌이 다 같이 잘 살자는 취지하에 정부의 지휘 아래 국민이 힘을 합해 대한민국을 성공적인 경제국가로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너무나 급속도로 진행된 경제성장은 오히려 도시의 빈곤화와 농촌의 노령화, 환경 문제란 부작용을 낳았다. 도시는 도시대로 살기 척박해지고, 농촌은 농촌대로 사람 구경하기 힘들어진 것이 현재의 우리의 모습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타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마을 만들기 사업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듯 들리는 이 사업은 최근에 들어서면서 도시계획분야나 시민운동으로서 활동가나 도시공학전문가, 행정가들이 주축이 되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자신이 사는 마을을 주축으로 이미 공동체성이 해체돼버린 마을을 문화프로그램이나 정보화, 휴양, 민속, 농촌체험 등을 통해 공동체성을 형성하고 새로운 사회관계를 이루어 내려 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네의 문화와 정체성을 잃어버린 척박한 삶을 반성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녹색성장과 관련되어 ‘녹색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사업은 요즘 같은 시절엔 매우 고무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렇듯 마을 만들기 또한 백퍼센트의 찬성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발전이 있으면 희생이 따른다. 녹색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사업도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감안한 자발적인 협조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미 녹색마을 시범지 4곳 중 3곳은 사업이 무산되거나 사업내용이 바뀌었다. 대부분 녹색에너지와 관련된 사업이다 보니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 등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사전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을 만들기 사업은 이전의 도시계획 및 자치행정 주도의 사업이 아닌 주민들이 참여하여 아래로부터 이루어지는 새로운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으로써, 각 마을의 다양성과 장소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주민의 삶에 대한 안정성의 차이는 그 지역의 주민이 가장 확실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을 만들기의 가장 핵심 과제는 마을과 마을, 지역과 지역의 역량교배와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 만들기 사업이 민관파트너십이든 아니면 지역주민의 주도로 이루어지든 간에 협상과 조절, 협정 등은 반드시 필요한 신뢰의 수단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 앞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특징과 생리를 이해하고 파악하며, 지역주민들과의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전문역량이 우리에겐 턱없이 부족하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자칫 잘못하면 일회성 행사가 되거나 외국의 사례를 모방하는데 그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지역주민들의 집단체험프로그램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 성공하려면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고 전략적 사고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제한된 공간과 자원을 가진 마을이란 작은 집단 속에 다른 마을과의 연계와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형 마을 만들기가 진행돼야 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총 10조4000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600개의 녹색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거대한 사업이 더욱 전략적·체계적으로 이루어져, 혈세의 낭비 없이 새로운 녹색 발전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