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OECD와 G20의 39개국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삶의 질 지표’는 27위로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동력, 삶의 질, 환경, 인프라 등 크게는 4개 부문에서 항목별로 순위를 매겼는데, 기술혁신과 녹색산업, 인적자본은 10위 이내로 상위권이었지만, 의외로 중분류 항목에선 복지와 안전(28위), 소분류 항목에선 국토, 신재생에너지, 식량, 상수도 등이 30위 이하의 저조한 순위에 머물렀다. 상대빈곤율은 2000년 대비 2008년과 비교해 볼 때 19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증가하고 문화와 교육의 수준 또한 선진국 못지않은 발전을 보였지만, 오히려 우리 국민은 행복하지 못하다. 날마다 일어나는 범죄와 실업, 자살 등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모두 설명할 수 없겠지만, 지금 현재 자신은 진정으로 행복한지를 질문한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지금 우리는 이스털린의 역설에 빠져 버린 것이다.
한가위가 바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한가위, 즉 중추가절(仲秋佳節)은 음력 팔월의 한가운데 날로 가을 중에 으뜸인 명절이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봄과 여름 내내 농사를 지으며 고생하던 농부들도 추석이 되면 신선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이다. 잘 익은 햇과일과 오곡으로 송편을 빚어 친척과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부자나 양반이 아니어도 한해 농사의 수확물을 나누며 가족 모두가 모일 수만 있다면 촌로(村老)의 기쁨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추석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면서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나 찾아오는 자식들의 얼굴 보기도 어려워졌고, 턱없이 오르는 물가에 차례 상 준비하는 주부들의 장보기는 처절하다 못해 장렬한 지경이다. 언제부터인가 명절은 귀찮고 돈이 들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고향을 찾아가 시골길을 걷기보다는 명절 연휴에는 그냥 집에서 쉬고 싶기만 하다. 이제 도시인들에게 명절은 즐겁고 행복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피곤하고 가난할 뿐이다.
훌륭한 장인(匠人)이나 예술가를 흔히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이더스의 손의 이면에는 행복에 대한 금언이 새겨져 있다.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마이더스 왕은 자신이 사랑하는 딸을 금으로 만들고서야 탐욕을 후회하며 진정한 행복의 정의를 깨닫게 된다.
자연과 함께하며 적은 수확에도 감사할 줄 알았던 선조들의 시절을 넘쳐나는 물질문명 속에서도 고달픈 우리의 삶과 비교해 보며, 과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자연의 풍성함과 자애로움 속에서 올해도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