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기계 부속품상회의 아들도 그랬고 한 옷가게의 딸도 그랬다. 이해가 안 된다. 명문대 졸업생이면 대기업의 엘리트로 출세할 야심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가업승계가 그렇게 중요한가. 명문대 출신이 골목 구멍가게에서 세월을 허비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최근 중소기업 육성론이 강력히 대두하면서 대기업만 잘 나가는 경제구조는 안 된다는 경제계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일본의 가업계승전통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
1998년 구조 조정해 대기업 건설사에 다니던 김모씨는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당시 연봉 3000만원 중산층이었던 김씨는 현재 월 150만원을 받으며 철구조물 제작 회사에 다니고 있다. 부인은 자동차 부품하도급업체에 다니면서 월 100만원을 받는다. 김씨는 “아내와 둘이 합쳐 버는 돈이 10년 전에 혼자 벌던 연봉과 같다”고 했다.
대기업이라고 늘 잘 나가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 우리나라의 대기업 가운데 성장산업으로 섬유류와 신발생산이 손꼽히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크게 결손기업으로 붕괴됐다. 시장변화는 시대의 유행에 따라 섬유류는 아웃도어로 각광을 받고 있고 신발산업은 레저스포츠의 붐을 타고 등산화 워킹화의 붐을 이루고 있다. 당시 이들 대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사원들을 대거 해고해야 했고 대규모의 설비들은 폐기처분돼야만 했다.
대기업은 약육강식 정글 생태계가 숲의 생태계로 변화할 때 순발력이 없다. 당시 가업을 승계한 구멍가게들이 중소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섬유류와 신발류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었다면 서서히 변화하는 의류와 신발류를 새롭게 유행시키는 숲의 생태계를 조성해 현재의 젊은 고객들을 만족시키면서 시장확대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바로 A. 토플러가 말하는 제3의 물결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는 “대량생산은 날이 갈수록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혁명적 결단은 다양성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려주게 돼 대량유통이 시장분할과 소량유통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업을 계승하는 소량유통이 중소기업으로 발전하고 중소기업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개척정신을 발휘하는 공생하는 숲의 생태계가 조성되는 날 우리나라의 경제는 제3의 물결에 앞서가는 생산성과 경제부흥의 탑을 쌓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가업을 승계할 때 일정기간 동안 기존직원들을 계속 고용하면 상속제를 면제 혹은 대폭 감면해 주는 것을 통해 중소기업의 가업상속을 원활가게 만들어 줌으로써 2~3대에 걸친 전통과 기술력을 갖춘 중소가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재벌기업들의 가업승계만이 장려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영세사업을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의 가업승계가 성공하고 붐을 일으키게 되면 일자리 창출과 전문지식산업의 육성도 함께 이루어지게 되고 대학생들의 실용적 교육도 성취될 것이고 국내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대경영방식으로 영세사업자의 생업을 뺏어갈 염려도 사라지리라고 본다. 가업의 승계는 핵가족시대의 불합리한 가족관계도 우리의 전통인 효 문화를 바탕으로 대가족의 아름다운 가족 풍요마저 되살아날 전망이다. S 후크 교수의 말대로 민주사회의 영웅은 맡은바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했으니 우리 사회에 많은 영웅도 탄생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