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공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최근에는 유전자를 결정하는 염기들을 순서대로 붙여놓는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생명정보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주요작물인 벼와 배추 그리고 고추를 비롯해 각종 농업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농업부문 생물체 대부분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생명공학은 농업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해 작물의 원산지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는 마치 유전분석을 통해 아시아인의 기원을 밝혀낸 것과 같은 것이다. 몇 년 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유전형 분석을 한 결과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기원이 동남아시아라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으며 유전적 다양성에서 한·중·일 3국 인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아시아인의 기원을 밝혀낸 것과 같이 여러 작물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작물의 잘못 알려진 원산지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산지가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작물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쌀이다. 쌀의 기원지에 대해 많은 논쟁을 벌여온 중국과 인도의 다툼에 미국이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의 연구기관은 야생과 개량된 다양한 볍씨에서 600여 개 이상의 유전자를 검출해 쌀의 기원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인도가 쌀의 기원지라고 알려졌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1만년 전 양쯔 강 유역에서 인류 역사상 벼농사가 처음으로 시행됐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중국 측에서도 유전자는 가장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이처럼 생명공학을 이용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고추의 기원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많은 기관의 연구를 통해 고추가 한반도에 보급된 것이 적어도 1000년 전이라고 밝혀지고 있다. 여러 문헌을 통해 밝혀진 바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과학적 근거 제시를 원했다. 과학적 근거 제시를 위해서는 더 이상 문헌 해석이 아닌 유전공학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 고추와 남미산 고추, 스페인산 고추의 유전적 계통과 상관관계를 밝혀내어 우리나라 고추의 기원을 밝혀낸다면 가장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벼의 원산지를 생명공학으로 재해석해 내었듯이 생명공학의 발달은 우리 생활의 전반에 걸쳐 많은 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많은 국가에서 앞다투어 작물들의 게놈 서열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도 세계 흐름에 발맞추어 각 작물의 전체 염기서열의 정보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초기 애기장대 염기서열을 밝히는데 9년이라는 시간과 수천억원이 투입됐지만, 관련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제 염기서열 정보를 밝히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자본의 투입이 없어도 가능한 단계에까지 오고 있다. 벼, 벼흰잎마름병균, 배추의 게놈(genome) 분석기술 경험을 우리도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작물과 유전자원에 대한 정보를 선점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의 원천기술 확보와 다양한 응용을 통해 우리 고유의 유전자원과 주요 작물에 대한 연구 경쟁력의 확보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의 풍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