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버림의 미학

김정섭(환경예술가)

최근 구태의연한 우리 정치사회와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안철수 교수’의 후보단일화 사건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승산이 있다면 가차없이 선거구를 옮기거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당을 갈아타는 기존의 정치권의 모습에 질린 우리 국민에게 젊고 건강한 정치에 대한 갈망을 안겨주었다.

안철수 교수의 이러한 행동을 ‘버림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의 욕심, 즉 자신이 소유한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인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또는 이로운 것이라면 더더욱 버리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철수 신드롬’에 빠져 있다.

분명히 ‘무언가를 버린다’는 행위에는 큰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든 아니면 새로운 것이든 우리의 미래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한발 앞서서 생각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에 있어서라고 예외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우리의 아이들이 푸른 들판을 뛰기를 원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해마다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며, 기후재난의 안전지대는 경계조차 없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배출량을 줄이며 지구의 기온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일상행위는 예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시대는 마치 열병을 앓듯 ‘환경’이나 ‘녹색’을 외치고 있지만, 진정 녹색을 위한 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개인, 가정, 공공기관 등에서는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새로이 건물을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친환경적 제품이라도, 무언가의 소비 없이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가끔은 에코 상품이라는 것이 기존의 것과 별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경우도 적잖이 있다. 현재 시중의 많은 제품과 심지어 건축물까지도 ‘녹색’을 입고 있지만, 정작 어떤 것이 진정한 녹색인지 구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는 현재의 환경과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를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 무엇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나 가이드라인에 대한 것이 전혀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일부 시민 단체나 정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탄소성적표지, 탄소캐쉬백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면서 홍보를 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고 강한 결단력으로 버릴 것은 버리고 지킬 것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녹색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기존의 것은 버려야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혹시 우리는 녹색이라는 문구에 너무나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이 문제에 빠른 해결책을 찾아보기 위해 당장 개인과 가정 그리고 기업과 정부는 각자의 살림살이부터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우선 자신이 소유한 것들이 어떤 기능을 가졌는지, 또 새로운 물건은 기존의 것과 비교할 때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우선 가늠해 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본다.

무조건 버리기보다는 현명하고 결단력 있는 버림의 미학이 필요한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