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세계 안보의 위협은 무기도 아니고 군사적 공격도 아니다. 인구 증가와 물 부족, 조류인플루엔자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같은 신종 전염들이 국경이나 인종, 정치에 관계없이 인류를 공격하고 또 이로 인한 수천만 명의 환경난민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 지난 7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세계의 평화유지와 협력을 위해 전장에 나서던 유엔의 평화유지군은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기후변화와 맞서 싸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이제 21세기 국제정치에선 ‘환경안보’를 빼놓고 논의를 할 수 없게 됐고 우리 또한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제만큼은 경제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국가 간 환경문제는 외교적 마찰 또는 전쟁으로까지 비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국가로서 산업화로 인한 중국의 대기오염물질이나 해양오염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불편한 입장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상태이다. 북한의 경우 또한 오랜 세월동안 공업화와 군사시설확충에만 열을 올리던 사회·경제적 구조가 무너지면서 환경문제와 함께 식량부족 문제로, 그것이 다시 핵위협을 통한 지속적인 군사도발까지 이르러, 남한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시아의 안보마저도 위협하게 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앞으로 세계의 안보위협과 갈등은 환경 문제에서부터 시작될 것임이 분명하다. 작은 환경오염이 주변 국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빙산이 1밀리미터 녹아내릴 때마다 새로운 영토분쟁이 생겨나고 있다. 자원 확보를 위해 과거의 이데올로기나 국가적 위신과 같은 것은 뒷전으로 물러난 지 오래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발효된 교토 의정서의 이행을 거부하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태도가 그것을 명백히 입증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기후온난화를 염두에 두고 군사전략과 정치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 또한 남 못지않은 민족적 자부심을 가지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를 위협하는 환경안보에 대한 대처 능력은 아직 부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건설 및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같은 내부적인 국가 역량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국가의 환경파괴와 국가 이기주의로부터 우리의 국민과 국토를 지킬 수 있는 정부의 능력과 외교적 대응책은 우리의 환경주권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국력이라 할 수 있다. 민감한 세계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부가 가야 할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