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을 강행한 이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행정자치부에서 시달한 공문에도 비밀엄수 조항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없었고 토요일 휴무제 시행과 관련해 7월1일 시행할 수 있도록 사전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무원들의 토요일 휴무제 시행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입법예고 예외규정이 될 수 없다며 국민 생활과 관련이 없어 입법예고를 하지 않고 개정을 추진했다는 시의 입장을 일축했다.
노조는 또 행자부가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시가 앞서서 확정도 되지 않은 내용을 미리 추진한 것은 충분히 다른 의도를 내포한 것이 아니냐며 하위직 공무원과 공무원노조 다스리기를 위해 추진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행자부에서 지방공무원복무조례 표준안이 공문으로 내려와 이를 추진하게 됐다"며 "일선 기초단체에서 행자부 지시를 거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행자부의 월권
시가 지난 달 27일 수원시의회 제22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상정한 지방공무원복무조례 개정안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비밀엄수' 조항이다.
이 조항은 행자부가 지난 달 1일부터 15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지난 15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행자부는 공직자들이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밖으로 유출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제어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복무규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자부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국공무원노조는 이 조항이 하위직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와 내부고발자 보호를 약화시키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행자부는 하지만 당초 확정도 되지 않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의 내용을 지방공무원복무조례 표준안이라는 명칭을 달아 지난 달 19일 이를 각 광역지자체를 통해 같은 달 20일 일선 지자체에 시달했다.
행자부는 공문에서 토요일 휴무제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서라는 취지를 달아놓고 슬그머니 표준안 내용에는 '비밀엄수' 조항을 첨부해 내려보냈다.
행자부의 이 같은 공문시달은 월권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는 이미 지방공무원복무조례의 상위법인 지방공무원법 제52조에 비밀엄수 조항이 명백하게 있고 이를 세부화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지방의회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는 지방공무원이면서도 행자부가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을 추진하면서 지침을 내리자 서둘러 알아서 엎드린 셈이 됐다.
법제처 관계자는 "지방공무원복무조례의 경우 국가공무원복무규정과는 상위법도 다르고 취지도 달라 기초단체에서 지방공무원법의 취지에 맞게 알아서 입법예고를 통해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궁색한 변명
시는 이번 지방공무원복무조례를 개정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입법예고 등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강행한 것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내놓고 있다.
시는 먼저 상급기관인 행자부가 이를 지시했기 때문에 표준안 대로 개정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추진한 것에 대해서는 입법예고의 예외규정대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개정조례는 지방공무원복무조례 제3조의2 '비밀엄수' 조항의 3호 '개인의 신상이나 재산에 관한 사항으로서 외부에 공개될 경우 특정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경우'와 4호 '기타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사항으로서 정부나 국민의 이익 또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다.
시는 입법예고 예외규정 가운데 '긴급한 경우'와 '상위법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라는 부분을 적용했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공무원노조는 반박했다.
'긴급한 경우'는 이미 제224회 임시회 일정이 6월 중순께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비밀엄수 조항이 긴급을 요하는 사항이 아니라 오히려 공직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비밀엄수 조항이 오히려 공무원노조의 성명서나 혹은 공직자들의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사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시민들에게도 행정정보 공개의 대상 폭을 좁히고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어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번 이 조항에 대한 신설을 강행한 시 총무과는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인데도 평소와는 다르게 시 본청 각 과나 구청, 사업소 등에 미리 이 공문을 내려보내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시는 평소 조례를 개정하는 경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입법예고하는 절차도 이번에는 아예 생략했다.
시 특정 부서가 시민과 공직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할 만큼 비밀엄수 조항이 긴급했다고 판단하는 저의가 궁금할 따름이다.
시가 또 내세우는 '상위법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에 해당되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은 황당스럽기까지 한다.
관련 부서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이 지방공무원법과 다르기는 하지만 상위적인 개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개별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지방자치시대 분권화를 오히려 가로 막는 처사라는 게 공무원노조의 지적이다.
책임없는 행정, 본분을 모르는 공무원
공무원의 본분은 국민과 시민을 위해 행정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공무원들은 행정조직 내부에서 스스로 자기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일신상의 영위를 위해 시민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만 잘되면 된다' '우리에게 이로우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와 조직이기주의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존재의식을 잊어버리고 본분마저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는 법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 법은 상식의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판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서로 쌍방이 합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법도 인정하고 있다.
이미 21세기를 들어서면서 사법부도 갖가지 행정소송에서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조직이 시행령을 앞세워 강행할 경우 행정조직의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가진 민주사회로 정착해가고 있다는 시대성과 민의를 수렴하지 않은 행정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는 반영인 셈이다.
사법부는 공청회를 거치지 않거나 주민설명회를 거치지 않고 강행하는 행정행위는 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가장 잘못된 악법을 '국가보안법'으로 생각한다.
시대성에도 맞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 민주인사를 탄압하고 특정한 권력들이 권력을 유지하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독소조항 강행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혹은 다른 쪽에 사용될 소지가 많다면 마땅히 논의와 토론을 거쳐 진단해야 한다.
무조건 위에서 시켰으니까 그냥 시키는데로 했다는 논리는 오히려 시민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무유기'에 가깝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에도 가깝다.
시는 이번 조례 독소조항 강행과 관련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절차를 생략하고 강행했는지를 반드시 짚어보고 재의요구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공직자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누구를 위해 복무해야 하는지 지방공무원법에 정확하게 규정돼 있다.
잘못된 행정행위를 고집하는 '어리석음'보다 잘못된 것을 빨리 개선해 시민과 동료들의 피해를 줄 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