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친조부와 외조부의 선친모두 내노라하는 땅부자였다.
백제 때부터 왕족과 벼슬아치를 지낸 가문이다. 그렇다고 세습한 재산에 의지하여 놀고 먹은것이 결코 아닌 손톱이 빠지도록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댓가였다고 한다.
꼬박꼬박 저축해 두었던 탓에 아들, 손자 대에는 개발붐을 타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앉아서 부자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셨다.
친,외조부님 모두 6.25때 북한군과 UN군에의해 돌아가시고, 천문학을 넘는 규모의 재산을 사회환원하거나 이북에 두고 온 터라 아버지는 부를 누릴 팔자가 아니었던지 월남한 이후 고생만 하다 금년에 퇴직하셨다.
지금은 땅을치고 조부님을 원망하다못해 증오해야만 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만일 그 엄청난 재산을 10분의1만 물려주셨어도 지금 이모양 이꼴로 살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자 3대 가지 못한다는 세상 사람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대의 조류가 그렇게 만들었으니 누굴 탓하랴...
물론 그 중 10중8,9는 너무나도 지나친 과욕으로인해 한푼이라도 더 얻기위해 자족간에 형제간에 재산다툼하다 그나마 있던 것 마져 잃어버리는 경우라고 한다.
(필자의 가정과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지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까?
어째서 그 많던 재산이 이토록 쉽게 사라질 수 있을까?
가까운 곳에 살던 이웃이라 수시로 소식을 듣는 탓에 다시금 곱씹어 생각을 해 보니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돈을 관리해야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관리자가 따로 있었으니...)
많은 돈을 물려받은 사람들일 수록 자기 손으로 번 돈이 아닌 탓에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그와같은 교육도 필요하지만 우리 가문의 교육이었다면 신사임당이 무덤에서 나와 한 수 가르쳐달라고 할 정도였는데...
하기야 일찍부터 황태자 수업을 받으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한 최대한 받았던 재벌에 아들들도 부불삼대를 증명하고 있으니 어찌 보며 돈이라는 것이 그래서 돌고 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부자가 3대를 넘기기 힘들다’는 말을 깨트린 집안이 있기는 하다.
바로 경주 법주로 유명한 경주최씨이다. 이 집안 만석꾼재산을 12대에 걸쳐 지켰으니 그 대단한 재테크 노하우는 집안에 가훈으로 전승되고 있었다.
12대 만석꾼 집안의 가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둘째 ,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
셋째 ,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 흉년기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다섯째 ,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째 ,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올라가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는 법 큰 벼슬이 자칫 화가 될 수 있음을 아는 최씨 집안은 벼슬을 멀리했다.
양반 신분증인 진사만을 유지하며 자선을 게을리 하지 않고, 검약으로 일관된 교육을 통해 부를 세습했다.
결국 부를 유지하는 것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나는 부자가 아니다. 앞으로도 부자 될 가망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단 로또에 당첨되거나 부잣집에 장가를 가지 않는한 영원히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한국의 부자들’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고, 부자의 척도가 12억에서 18억이라며 설왕설래 하는 요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10억 모으기 열풍이 분다고 한다.
로또로 한탕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일이다.
내가 진정 부자로서 자격이 있는가 말이다. 아직도 천민 자본주의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를 내것으로만 여기며 움켜쥐어야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생각해야봐야 할일이다.
부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그 부는 한낮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