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조화이룬 한옥마을 절실하다

김훈동 칼럼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화성 성곽 안팎에 한옥이 많이 들어서면 운치가 있고 활력이 넘치게 될듯하다. 수원시가 역사와 예술문화도시로서 전통을 지키기 위해 한옥장려사업에 대한 ‘한옥지원조례’를 만든 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한옥신축자금이 지원됐기 때문이다.

수원화성 제1종 지구단위 계획구역 안에 전통한옥을 건축하고자 하는 시민에게 총공사비의 50%에 해당하는 8000만 원 보조금을 무상지원 한다. 한옥은 우리 자연과 역사 속에서 형성된 주거양식이다. 화성주변에 볼품없이 무질서하게 자리 잡고 있는 주택을 한옥으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성곽을 둘러보면 여전히 주변경관이 영 말이 아니다. 잡다한 건축물 탓에 그렇다.

소설가 이문열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한옥’이라고 하면서 잇따라 있는 군락(群落)형태가 아니더라도 띄엄띄엄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했다. 전주의 700여 채로 이뤄진 한옥마을에는 해마다 400여 명의 관광이 찾아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 외국관광객의 한옥숙박체험 등의 형태로 일 년 내내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이제, 수원도 한옥에의 동경이 꿈만 아닐 상 싶다. 수원시가 한옥신축은 최대 8000만 원까지, 한옥을 보수할 경우 6000만 원까지, 한옥 내·외부를 뜯어고칠 때는 1000만 원까지 무료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전통한옥이 아름답고 살기에 쾌적하다고 해도 건축비가 만만치 않다. 선뜩 한옥신축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3.3㎡당 9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한옥 신축과 보수비용을 무료지원하고 세금감면혜택을 주는 시책은 정말 잘한 일이다.

한옥은 주거공간만은 아니다. 자연과 어울림을 중요시했던 우리 건축문화에서 한옥은 자연의 공간에 놓여 있는 가구와 같은 존재다. 자금지원만으로 한옥마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미래가 보여야 한다. 단순히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머물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건축이 돼야 한다. 자신만이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돼야 시가 무료지원에 나서는 의미가 있다. 멋진 전통한옥에서 묵는 것은 호텔에서 자는 것과 또 다르다. 사람들은 남들이 못해 본 이색적인 색다른 체험을 기대한다.

한옥에는 선조들의 생활지혜가 녹아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기후와 토양에 맞게 완성시킨 건축양식이다. 맛보고, 배우고, 듣고, 보면서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수원’은 환경수도를 지향하고 있다. 한옥은 저탄소 녹색성장 동력이다. 콘크리트를 남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소재로 대체할 수 있다.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은 자원이 한정돼 있다. 목재는 원목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일본은 잡목 나무 조각들을 압축한 집성재로 집을 지거나 야구돔구장을 건립하고 교량도 놓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 감축의무 당사국이기도 하다. 한옥 등 목재주택보급이 절실한 이유다. 아파트가 점령해 버린 수원의 미관을 성곽주변에서만이라도 바꿀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필자는 지난 주말 경북 영주시의 ‘한국선비촌’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왔다. 그곳은 선비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오감 체험형 한옥마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수서원과 최초의 사액서원이 건립된 곳이라 ‘한국정신문화의 창출지’라는 자부심을 가진 18만여 명의 도시다. 옛 선비들의 당시 생활상을 통해 잊혀 가는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맛보았다. ‘선비정신의 텃밭’에 일군 한옥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고풍스럽고 기품 있는 한옥은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여름 낮 대청마루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밤에 처마 끝에 달린 달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면 무더위도 절로 비켜갈 것이다.

수원은 정조대왕이 종로에 ‘팔도부자촌’ 한옥마을을 만들어 도읍을 조성한 역사도시다. 이번, 첫 한옥지원이 세계문화유산-화성의 고유한 풍광이 되살아나는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