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일 두 번째 개인전을 마친 화가 이설(37, 조원동)은 길(道)의 작가로 불린다. 그림 중앙을 가로지르는 큼지막한 길 때문일 것이다. 절제되고 단순하게 표현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이 다양한 말을 건넨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분명한 색깔을 가진 한옥이 그림 한 쪽을 차지하고, 종종 그 길 위엔 하나, 둘 사람들이 서있다.
다양한 ‘그릴꺼리’를 두고 유독 ‘길’을 그림의 중심에 둔 화가, 화사하고 강렬한 색채로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세련되고 능숙하게 표현해낸 그림작가 이설. 그는 생각보다 젊고, 기대보다 더 수더분한 성격이었다. 얼마 전 끝낸 따끈따끈한 개인전 작품들이 작업실 한쪽에 나란히 서있다.
10여년의 세월동안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왔다는 그녀. 지난해 말, 설레는 마음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처음으로 ‘나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부담과 열정으로 마련한 개인전엔 모두가 그러하듯 풋풋함이 묻어났다. 약간의 긴장과 조심스러움이 교차 했던 두 번째 개인전은 용기가 필요했다. 다행히 지인들의 반응도 좋았고, 미술전문 기획사에서 관심을 보여와 두 번째 무대도 제법 성공적이었다. “세 번째 부터가 고비라고들 한다”며 시원스레 웃는 이 작가. “지인들도 더 이상 우호적일 수 없는데다, 작품도 큰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인다. 이때부턴 화랑, 평론가, 전문작가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 중요한 길목을 마주한 화가 이설의 세 번째 주제를 물었다.
며칠 전 이삿짐을 챙기듯 세간살이를 주섬주섬 싸는 꿈을 꾸었다며, 대뜸 꿈이야기로 화답한다. 문득 ‘그림도 삶도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한옥, 한복, 한지…, 같은 아이템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전통문화의 멋스러움과 깊은 철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3년 쯤 내다본다, 열심히 준비해서 한지의 독특함 위에 색감과 조형감을 살려 한옥의 매력을 표현해 보고 싶다.”고 설명하는 따뜻한 눈빛이 3년의 시간을 끌어안는다.
한 발짝 떨어져 늘 사람들을 관찰하고, 근원을 고민해왔던 그녀.
대학생 땐 왠지 모를 우울함과 절망감에 ‘태양이 떠오르는 것 조차 부담’이었다.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였다가, 싹둑 자르고 절에 들어가기도 했다. 교대를 다니던 그때, 무작정 대학을 그만두겠다고 경주에 있는 집으로 갔다. 줄곧 모범생으로만 알던 부모님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정신병원에도 가보았다.
만류 끝에 휴학계를 들고 찾은 학교에서 개강에 한껏 들뜬 동기들을 만났다. 개강파티에 가자며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나이트클럽에 갔다. 들고 간 휴학계를 가방한쪽에 구겨 넣고, 친구들과 어울려 미친 듯이 춤을 추어댔다. 머릿속을 온통 휘감았던 절망과 우울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났음을 느낀 순간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 덕에 다시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다.
개념미술, 즉 작가정신만 강조하거나, 대중성 혹은 그림의 장식성을 중시하는…. “개념이 없는 작품도 문제지만, 개념만 있는 작품도 문제”라며 선을 긋는 작가 이설. “시대를 사는, 삶과, 존재의 개념을 중시하면서도, 그림의 장식성을 수용하고 대중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싶다.”는 말속에 다정함이 짙게 베어난다.
15년의 세월을 그림과 함께 했다. 그림은 이 작가가 던진 근원의 질문을 받아주고 함께 해답을 찾는 좋은 친구이자 이웃 삶과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는 매개체였다. 두 번의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한지와 한옥으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편안하게 전하겠다는 작가 이설의 기분 좋은 각오에 기대와 희망을 더해본다.
화가 이설 프로필
-대구교대 미술교육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영미어문화학과. 문학 석사
개인전
-2010년 제1회 개인전(31갤러리, 서울)
-2011년 제2회 개인전(갤러리 바이올렛, 서울)
그룹전
2011년 현대미술인 협회 정기전(군포문화예술회관)
인사동사람들전(갤러리 라메르, 서울)
드로잉수원화성정기전(수원미술전시관)
국제누드드로잉아트페어(안산단원전시관)
봄에 빚은 화연전(갤러리 바이올렛, 서울)
줌갤러리 기획 4인전(줌갤러리, 서울)
수원미술단체연합전(수원미술전시관)
경향미술대전 수상작 전시(유나이티드갤러리, 서울)
외 다수
수상
2010년 제6회 경향미술대전 특선
제26회 한국수채화 공모대전 입선
현재
드로잉 수원화성, 현대미술인 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