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핵문제에 있어서 민감하다. 지척의 일본의 비극은 물론이거니와 바로 북한의 핵위협문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외적인 요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도시 한복판 그것도 대한민국 수도의 주택가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아스팔트 도로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더욱이 기가 막힐 일은 ‘중·저준위성 방사성 폐기물’로 판명 난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방법이다. 현재 뜯어낸 폐아스팔트를 상계동 인근 공원 내 폐쇄된 부지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구청 공영주차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가동되는 내년 말까지는 폐아스팔트를 보관할 곳이 없다. 방사능 방호 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그 책임을 국가가 아닌 지자체에 돌렸다. 방사성폐기물의 처리는 그 발생자가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많은 의문과 갈등이 시작된다. 도대체 인공방사능물질인 세슘이 어떠한 경로로 아스팔트에 들어가 시공이 됐을까? 방사능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부처는 어디이며 그 처리는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가? 다른 도시의 도로나 건축물은 안전한가? 그리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과 환경에 관련된 이처럼 중요한 일의 조사가 어찌해서 정부나 연구기관이 아닌 한 시민의 제보로 시작됐을까?
지금도 일본에서는 자국 내의 토양과 가축, 심지어 쌀에서도 검출되는 세슘에 대한 뉴스로 연일 시끄럽다. 우리나라도 일본산 재료로 만들어지는 공산품과 식품에 대한 방사능 루머가 심심찮게 돌고 있다. 일반인들조차 방사능에 대한 사전지식은 간단한 네트워크만으로도 얼마든지 충분한 검색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 중 방사선 평균치보다 10배나 많은 방사선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발표한다면 그 말을 듣고 누가 안심할 수 있겠는가.
국민 안전에 허용기준치란 것은 없다고 본다. ‘위험노출수치 0(제로)’가 아니라면 국민은 발 뻗고 잘 수가 없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책임공방이 아니다. 이러한 위험 사태 시 해결 능력이 있는 부서를 선정해 신속하게 조치를 하도록 조정, 지휘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능력이 아니겠는가? 동시에 그 원인과 발생 경로를 추적해 다른 피해를 막고, 역학 조사를 시행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지금 당장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책임과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던 원전르네상스 계획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존재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은 반감기조차 허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