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길을 가다 처음만난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친밀성이 과하다. 남자를 향해 여자는 몸을 돌려 경청하고 있고 남자의 자세 또한 지극히 적극적이다.
이 그림의 모티브는 청송에 있는 자그마한 호수 주산지이다. 왕버들의 당당한 자태는 조선후기로부터 수백년의 세월을 지켜오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 공간으로만 기억되는 이 호수의 물위에 사람이 기거하는 암자하나를 띄우고 이들의 드나듦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호수와 왕버들, 그리고 인간. 이들과의 관계지움을 통해 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감독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멈춘듯한 이 공간에 왕버들은 사계절을 보내며 인간의 생과 사에 대비되는 삶을 보여준다. 윤회….
보랏빛 호수와 원경의 산들이 만나는 지점에 작은 암자가 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그 암자속으로 가자한다. 순응의 삶일까? 수행의 삶일까?
여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저작권자 © 수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