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에 대한 재평가

조정환의 '독재를 사모한 서정주'를 읽고

서정주씨에게 유명한 시인, 평론가들이 '시의 정부', '시의 촌장' 등 찬사를 하는 것을 보고 나도 시를 제대로 알면 그에게 저런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에 대해 무지한 것이 다행이라는 자위하였다.

그런데 이번 <말> 2월호에 실린 평론가 조정환의 글을 보면서 시를 제대로만 안다면 매우 유용하구나 하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서정주의 시를 분석하여 영웅적 민족주의, 반북민족주의, 반공주의, 은폐된 근대주의 등으로 평가하였다.

이를테면 1966년 베트남 참전을 독려하는 시 '다시 비정의 산하에'를 썼는데 여기에 '평양같은 언저리, 납치되어 산 채로 빨랫줄에 말리어지는 /氣化하는 수만 미이라의 소리 들린다./ 이 표백과 탈색은 언제쯤 끝나는가'라는 대목에서 반북 민족주의를 찾고 있다.

전두환의 56회 생일에 바친 축시에서 '이 나라가 통일하여 흥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라는 구절은 영웅민족주의의 대표적인 글이라고 한다. 이러한 영웅적 민족주의에서 친일, 친독재, 친제국주의로 이어지는 이념이 표출되었다고 보고 있다.

반공주의에 젖어 1974년 '공산당들은 화장품 대신 맑스 자본론으로 저의 예편네 낯바닥까지 막 도배를 하게 해서 질색'이라는 선동적인 글을 쓰기도 했다.

사회문제에서는 순수를 표방한 그가 정치적 측면에서는 결코 순수하지 않았다는 점을 통해 어떤 해석을 할 수 있을까? 그가 친일에 대한 변명으로 '從天順日派?'라는 시를 써서 '나는 그 가까운 1945년 8월의 그들의 패망은/ 상상도 못했고/ 다만 그들의 100년 200년의 장기 지배만이/ 우리가 오래 두고 당할 운명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니...'에서 보여주듯이 결국 그는 어느 시대에서나 권력에 추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게 '시의 정부'라고 평가한다면 과연 그 정부의 성격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