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학교는 가족 다음으로 가장 사회화 기관이다. 학교는 고립된 기관이 아니다. 교육적 기능을 행하면서도 학교를 둘러싼 넓은 사회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교육의 지주(支柱)는 사회다. 10여년을 끌어오던 신풍초교이전설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15년 신풍초 역사는 이곳에 보전돼야 한다.”, “신풍초등학교는 이전하지 않습니다.” 신풍초 지킴이 이름으로 학교 울타리에 구호가 나붙었다.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검토 중이라는 의혹 때문인 듯하다.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터다. 배우는 학생이 있을 때 학교는 존립의 의미를 지닌다. 학교의 주인이자 감사는 바로 학생이기에 그렇다. 전통과 역사는 단절되지 않고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신풍초교 이전 이야기가 나온 지가 한두 해가 아니다. 화성행궁을 원형대로 복원하겠다고 추진할 때부터 나왔다. 그 사이 수원시장이 몇 차례나 바뀌었다.
수원시와 수원교육지원청은 학부모 단체, 교사, 동문회와 머리를 맞대고 이전 계획을 더욱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전에 따른 재학생들의 여러 가지 불편사항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쉬쉬하지만 말고 학부모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족할 대안 제시도 필요하다. 무조건 이전을 반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교육 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학교이전은 신풍의 먼 미래를 위해서도 유익할 수 있기에 그렇다.
역사 깊은 학교를 옮긴 예는 많다. 서울대농대가 서울 관악산으로 옮겼다. 한국농학교육 100년의 터전이며 일제하에 재학생들이 농촌계몽운동으로 독립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학문발전을 위해 통합캠퍼스로 이전했다. 소화초교도 북수동에서 법원 쪽으로 옮겨갔다.
1896년 수원군 공림소학교로 개교하여 일제 수난기와 6·25사변을 거치면서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초등교육의 뿌리를 내린 터다. 전국에서 초등학교로는 다섯 번째로 오래된 학교다. 3만여 명의 동문을 배출한 전통 있는 학교다. 참으로 유서 깊은 요람이다. 수원의 자랑이다.
2013년 2월까지는 광교신도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게 수원시의 계획이다. 정조시대 높은 문화수준과 기록을 중시하는 시대정신을 잘 보여 준 ‘화성성역의궤’대로 옛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수원교육지원청도 이전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학부모와 교사, 동문회는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현재 자리에 학교가 남아 있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을 복원하는 국책사업을 마냥 반대만 할 일도 아니지 않는가. 학교는 하나의 사회적 제도다. 사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독립문도 옮겼다. 이 나라 수재들이 대거 배출한 경기고, 서울고 등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물론 이전사유는 다소 다르지만, 역사적인 배움터를 옮기는 일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교육의 성패가 환경에 있다.
신풍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닌가. 가장 좋은 주거단지인 광교신도시에 ‘제2의 신풍’이 둥지를 펴게 해야 한다. 학생이 없어 115년을 이어온 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학급수가 점차 감소하는 것은 그런 징후가 아닌가.
광교신도시가 마무리되고 입주가 끝나면 주민들이 혹시나 신풍이전보다는 광교신도시에 맞는 학교 건립을 신규로 주장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교육과 시설은 시공(時空)을 같이하고 학교건축은 문명을 반영하며 교사(校舍)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의 기능을 반영해야 한다. 오늘과 내일을 잇는 유일의 다리는 교육이다. 학생은 우리의 미래요, 학교는 그들의 미래를 건설하는 곳이다. 학교를 훌륭하게 만드는 책임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좋은 결말이 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