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풍광이란 늘 쓸쓸하기 마련이다. 나목, 그리고 황량한 겨울바람. 센티 해지기에도 회색빛이 너무 짙다. 그 순간, 어떤 움직임이 감지된다. 생명이다. 나목 위의 새둥지들을 바라보는 일은 큰 즐거움이었다. 남태령 고개를 넘다 보면 고갯마루 숲 속에 유난히 새들이 많다. 어떤 나무는 그들의 가지에 새둥지를 두세 개나 허락하기도 한다. 새들의 활기찬 생태적 본능을 바라보는 일은 휑한 마음에 그나마 활기를 주는 일이었다.
어느 한 날, 사당까지 정체가 이어지면서 한 동안을 그 고개에서 머물게 되었다. 창을 열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느껴본다. 가슴까지 알알한 겨울의 냉기와 코끝을 맴도는 낙엽내음, 좋다. 습관적으로 새둥지를 바라보았고 녀석들이 그 자리에 있는지, 무슨 변화는 없는지 살피게 되었다. 아뿔싸! 새들은 이 추위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조류의 겨울나기에 대한 생물학적인 지식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랠 겨를도 없이 헐벗고 가난하여 추위가 생존과 직결되는 이들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미안해진다.
나의 그림 '나목과 새둥지'는 이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 속의 나는 외투도, 장갑도, 목도리도 없이 오롯이 겨울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다. 새들처럼, 강아지처럼, 그리고 나목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