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통일속으로

통일의 주체는 민중이 돼야

여러분,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라고 대답합니다.

민주주의란 다수의 국민에게 주권이 주어지는 것을 말하죠.

그렇다면 그 반대는 절대 왕정의 전제주의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전만큼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아온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반대말을 서슴없이 공산주의라고 할 만큼 남북의 체제를 절대적으로 이분화 시키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이분화는 남북 민중 스스로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일까요? “남북의 분단은 남과 북의 분단이 아니라 남북 지도층과 민중의 분단이었다.” 라는 한 교수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반 민중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단절되어져 온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단현실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 분단은 좌파 정권과 우파 정권의 대립으로 시작되었고, 분단 이후에도 남한 정권은 반공을 모토로 삼았으며 북한 정권은 남한을 제국주의에 물든 체제라고 강력하게 비난해왔습니다.

남과 북의 민중들이 서로의 체제에 대해 논하고, 연구하는 일은 당연히 금지되어 왔으며, 간첩과 북파 공작원이 끊임없이 오가는 상황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휴전선 주변에는 지금까지도 엄청난 국방력이 투입되고 있죠. 이제 여러분은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남과 북의 체제가 서로에게 정말로 위험하다거나 나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남한 정권과 북한 정권 스스로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절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도층이 만들어낸 연극에 불과합니다.

서로의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부정을 심어줌으로서 자신이 속해 있는 입장만을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체제만을 지지하도록 만든 것이지요.

여러분 모두 실미도라는 영화를 아시죠? 수많은 관객 동원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그 영화가 그려낸 사실 또한 충격적이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실미도 부대를 없애라고 명령한 것일까요?

실제로 실미도 부대가 존재했던 70년대 초반, 민중들 사이에서는 박정희 정권 타도를 외치는 의식이 높아졌습니다. 정권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이지요.

이것을 잠재우기 위해서 북측에 북파 공작원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결국 민중들은 다른 것을 잊은 채 북한을 위험하고 의심스러운 존재로 의식하게 되고, 남한 정권을 지지하게 된 것입니다.

서로를 비방하던 남북 지도층이 가끔 협력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정권 유지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것이지요.

분단되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의 남한을 한 번 살펴볼까요? 일반 사람들은 분단 체제에 대한 위험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증가한 남북 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화해의 조짐이 보이는 이벤트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로 하여금 북한 존재를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변하자 더 이상 무조건적인 반공은 통하지 않게 되었고 그 대신 내세운 것이 세계화와 북한이라는 화제였습니다.

즉, 세계화에 뒤쳐져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북한 정권은 보다 개방적이고 경제력 있는 남한 정권이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이며 이런 식으로 어찌 어찌 간단하게 통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의 정당성과 견고함이 존재하는 북한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지요.

북한의 정부는 일제 치하 항일 독립 투쟁을 하던 사람들에 의해 계승되어져 왔기 때문에 남한의 정부보다 훨씬 합당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김일성일가의 장기 독재를 가능케 했던 것입니다.

남한의 정권은 이런 북한 정권을 우리로 하여금 ‘쉽게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죠.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 햇볕 정책이 실패로 이어진 것이 그 증거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끊임없이 지도층에 의해 서로를 불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의심스러운 지도층에 비해 오히려 민간 교류 차원에서는 지도층의 셈속보다 훨씬 실리적이고 깨끗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합니다.

통일의 본래 주체는 민중이기 때문이죠. 통일이 이루어진 후에 화합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지도층이라기보다는 바로 민중입니다.

그동안 민중은 지도층의 욕심 때문에 남과 북의 차이에 대한 이해의 기반을 빼앗기고 통일이라는 과정 속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옆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뿐이죠.

이제는 민중 스스로가 나서서 서로의 체제 자체를 인정하고, 근본적, 원론적으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는 변화해 왔고 이제는 민중의 의식도 그만큼 높아졌으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통일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무너뜨린다거나 지도층들만의 악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요, 통일의 가장 기본 원칙은 남북 민중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합인데도 그동안 이것이 방해를 받아 온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올바른 길을 걸어 나가는 민중의 강력한 외침은 역사상 많은 잘못된 지배 세력을 물리쳐 왔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일어서서 남북을 이해하고 남북 체제에 대한 이분화 주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감정적인 문제를 모두 떠나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이루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첫 과정이 바로 지도층의 주입에서 벗어나 민중이 통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