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의 그림이 있는 풍경⑦] 길위에서- 동트는 산

▲ 길위에서- 동트는 산 / 91×116.8cm / Acrylic on Canvas / 2011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여는 첫날, 인파들이 해맞이 명소로 삼삼오오 몰려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언 손을 녹이며 온몸을 친친 털옷으로 감싸고 눈만 빼꼼히 내어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들뜬다.

그저 걷는 행위 하나만으로도 가슴 가득 풍요로움을 주는 길이 있다. 흙 내음이 물씬 올라와 그 길을 걷는 누구라도 경직된 어깨근육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건조한 도시의 생활로부터 무장 해제된, 자연인으로서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곳, 무엇보다도 천지만물이 깨어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저마다 향기를 내뿜고 사람도 그들과 함께 나만의 매력적인 향기를 발산할 수 있는 곳. 석굴암 가는 길이다.

여행객이라면 이른 아침의 이 길을 꼭 산책해 보길 권한다. 한 시간 반 여남은 시간을 걷다 보면 길의 끝에는 본존불이 있다. 붉은 기운이 산 너머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하고 해 기운을 받은 부처님의 따스함이 온 누리를 감싸는 그곳에서는 누구라도 안온함에 위로받을 수 있다. 누구라도 석굴암의 장중함과 위대함을 바로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경주에 가면, 석굴암에 가고자 한다면, 쉬이 가는 찻길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았으면 한다. 넓게 난 찻길의 끝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본존불은 없다. 곡예 하는 듯 이어지는 길 위에서는 가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하고 운전솜씨만 탓하게 될 테니까.

해맞이 장소로 여기보다 더 멋진 곳을 나는 경험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