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 외식업을 운영하는 L자영업자의 예다. 11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 업소는 카드매출과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게 총매출의 95%를 차지한다. 부가가치세와 소비세가 꼼짝할 수 없이 유리알처럼 부과된다. 전산시스템으로 세금 부과가 투명하게 이뤄지는 탓이다. 몇몇 대규모 외식업을 빼고는 세금부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외식산업은 음식자료가 대부분 농수축산물이다. 공산품과 달리 채소류나 수산물은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가격등락도 심하다. 특히 채소류는 수확량이 줄면 가격이 요동치며 굉장히 오른다. 그 때문에 식대를 올려야 하지만 그마저 자유롭지 못하다. 경기마저 좋지 않아 손님이 끊어질까 봐서 그렇다. 공산품은 세금계산서와 부가세가 10%가 붙는다. 농수산물은 의제매입 계산서라고 해서 그간 7.4%만 시범적으로 2년간만 인정했다. 다행인 것은 한시적으로 적용하려던 계획을 바꿔 올해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외식업 마진을 50%로 잡았을 때, 인건비, 전기와 가스비, 점포임대료 및 제공과금을 제외하면 1000만원을 겨우 건질 수 있다는 외식 자영업자의 계산이다.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등 세금과 카드수수료를 빼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세금이 외식자영업을 죽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소리를 결코 소홀히 들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카드수수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죽하면 영업을 전폐하고 전국 음식업자들이 잠실경기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을까. 미루어 짐작이 간다. 시급한 것은 의제매입 계산서를 공산품의 세금계산서와 동일하게 10% 공제를 받게 해야 하며 종업원 인건비에도 부가세 공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식품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OECD 국가 평균 식품물가 상승률은 3.7%였지만 우리나라 식품물가 상승률은 7.9%를 기록했다. 신년연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도 ‘물가안정 대책 등 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연초부터 각 정당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서민생활안정을 위한 주요정책을 서둘러 내 놓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외식자영업자들의 세금부담을 경감시켜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자감세만 들먹이지 말고 세금으로 죽는다는 볼멘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어딘가에 기회가 있고 희망의 싹은 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을 가지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해가 되면서 갖게 되는 모든 경제주체가 자신감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역량을 결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전체 창업시장을 주도할 만큼 성장해 왔다. 외식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창업 과정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서민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는 외식산업 자영업자를 위해서 무엇보다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면서 화려한 약속을 하지만 결과를 보면 우울한 성과일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교수가 지적한 말이다. 그늘진 곳에 눈을 돌려 힘들게 영업을 하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