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이야기 (1) 수라상 물린 음식

임금님 수라상, 물림상으로 다시 태어나다

[김영조의 365일 한국문화 편지]

임금과 왕비의 아침저녁 수라를 짓는 곳은 소주방입니다. 이 소주방에서 들어오는 수라상에는 임금 수저 이외에 상아로 된 젓가락, 곧 공저 한 벌과 조그만 그릇이 놓여 나옵니다.

그러면 임금이 수라를 들기 직전 중간 지위쯤 되는 상궁이 이 상아 젓가락으로 접시에 모든 음식을 고루 담습니다. 그런 다음 큰방상궁이 먼저 손으로 접시에 담긴 음식 맛을 보는데 이것을 ‘기미(氣味)를 본다’고 합니다.

기미를 보는데 수라와 탕만은 기미를 보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여기서 기미를 보는 것은 맛을 보는 것이라기보다 독(毒)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나중엔 의례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또 기미를 보는 것은 녹용이나 인삼과 같은 귀한 탕제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상궁들에게는 인기 있는 직책이었다고 합니다.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생각시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임금이 수라를 들고 남은 음식은 어떻게 했을까요? 수라상도 푸짐하게 차리는 것 예사여서 음식이 남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물림상’이라 하여 왕실 사람이나 재상 등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선조실록》에도 남은 수라를 사위인 부마들을 불러 물려주었다고 합니다.

임금이 먹던 수라상이 궁궐 밖으로 나오기도 한 덕분에 조선 음식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지요. 또 이 물림상은 관가 잔치에서도 있었던 것인데 이렇게 아랫사람에게 물려줌으로써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도 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