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설 떡값으로 조경업자가 건네 준 현금 3천만원이 담긴 한우갈비세트를 감사담당관실에 자진 신고한 수원시 공직자가 있어 화제다. 뇌물을 건넨 업체는 수원시가 발주하는 조경공사를 전문으로 수주해 온 회사로서 2009년에만도 70억여원의 사업수주실적을 올렸다. 경찰은 수주실적이 있던 2006~2009년 사이에도 공직자에게 뇌물을 건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설 명절 인사치레는 아닌 게 분명하다.
비록 공직자 한 사람의 바른 행동이지만 수원시의 신뢰도를 높인 장한 일이다. 그러한 행동은 선순환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즉 내가 옳은 행동을 하면 주변이 감화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유도해 좋은 결과가 널리 퍼져 나간다. 공직자의 정직은 무형의 자산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 공직자 한 사람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공동체의 일원이고, 사회적 환경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돈 마다하는 사람 없고, 똥 마다하는 개 없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돈을 탐낸다. 하지만 돈도 돈 나름이다. 엽전에도 안팎이 있다. 무슨 일이나 정도(正道)에 맞게 처리해야 마땅하다. 이번 한 공직자의 떡값처리가 그렇다.
요즘 돈봉투로 정치권이 시끌벅적한 때다. 간디는 ‘국가가 망하는 1번이 부패하는 정치’라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회적인 규범이나 질서에서 이탈하려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탈하려는 이유는 하나다. 질서와 규범을 지키지 않는 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 많은 사람은 사회적 규범이나 질서를 잘 지킨다.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사회적 부정부패는 반사회적 범죄를 낳는다. 사람은 항상 도덕적인 건 아니다. 때로는 돈의 유혹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짓도 한다.
며칠 전 청와대 P수석비서관과 10여명의 예술단체장과 서울 예술인센터에 입주한 일식점에서 만찬이 있었다. 예술발전에 따른 여러 가지 현안문제를 논의하는 간담회 성격의 자리였기에 마칠 즈음에 L 예총회장이 미리 음식 값을 계산했다. 모임성격상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자리를 끝나고 나가기 전에 P수석비서관이 그걸 취소시키고 자신이 계산하는 모습을 보았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이와 다르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도덕성이다. 지난달 염태영 시장은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원포럼에 강사로 나선 김문수 도지사를 ‘수많은 업적 중 청렴도 1위를 달성한 것이 가장 부럽다’고 그의 속내를 드러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2009년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간 최하위권을 기록한 수원시이기에 그렇다. 이러한 때, 비록 한 사람의 행동이지만 좋은 징조임에 틀림이 없다. 뇌물이 오가는 풍토는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공직자는 시민의 공복(公僕)이기 때문이다. 비리공직자 ‘원아웃제’는 그런 면에서 좋은 제도다.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인 제도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지 않게 정비해야 한다. 공직자의 비리척결은 한순간의 이벤트가 되지 말아야 할 과제다. 정치나 행정은 바른 것이다. 한 도시 경쟁력은 그 도시의 공적신뢰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신뢰와 정직은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의 ‘윤활유’다. 나와 타인을 연결해 주어, 지역사회발전을 앞당기는 최고 무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