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에 눈이 오면 매화가 생각난다. 옛 선비들이 매화를 탐하고 칭송한 것처럼 매화의 매력은 가히 치명적이다. 꽃봉오리의 단아한 자태는 성숙함과 순수함을 겸비한 십육세 낭자의 모습 같고, 다섯 꽃잎이 만개하여 당당히 자리 자리를 지키는 당찬 균형미는 빛깔이 자아내는 부드러움과는 대조적이다.
매화 향은 어떠한가!
자연의 내음 중에서 한 가지만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매화 향을 선택할 것이다. 향의 강도에 지나침이 없으면서 그 깊이가 끝이 없어서 코를 뗄 수가 없다. 그러나 고혹적인 매력의 여자에게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듯이 매화 향에 취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 꽃으로부터 얼마간 거리를 두는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가득한 듯 항상 아쉽고 다음 해의 매화를 기약하는 일로 마음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이 그림은 전남 순천선암사의 오래된 홍매화를 그린 것이다. 몇백 년이 지난 나무는 가지끼리 서로 얽히고설켜 마치 감나무와 같은 독특한 조형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나무는 현장 스케치를 바탕으로 했으므로 선암사의 경내 어딘가에 실제 있는 나무다. 투박한 가지 끝에서 꽃망울을 틔운 맑은 분홍빛 꽃잎과 진한 홍매의 향이 아직 코끝을 맴돈다.
고즈넉한 산사, 진봉스님과 함께 한 다담시간, 그리고 삼나무 숲 산책과 승선교의 아름다움.
매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모든 것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선암사의 템플스테이를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