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수원화성에 생명력 돋운다

[김훈동 칼럼]

▲ 수원예총 회장
인간과 진실 사이의 최단거리는 스토리다. 지금은 스토리가 힘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다. 수원화성과 수원에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을 덧입히면 재미와 돈이 함께 쏟아질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다. 스토리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텔링은 매체의 특성에 맞는 표현 방법을 말한다. 이야기라는 콘텐츠를 매체라는 형식에 담는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도시는 관광객을 잡아당긴다.

요즈음 시청률이 높은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촬영한 ‘해를 품은 달’이나 ‘인수대비’ 드라마도 조선시대 일기 자료를 사건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이야기 창고’를 꾸민 것이다.

최근에 도시를 스토리텔링한 대표적인 사례는 인천 서구의 정서진(正西津)이다. 강원도 강릉에 정동진이 있다면 인천 서구엔 정서진이 있다는 기찬 발상이다. 지표상 광화문을 중심으로 가장 서쪽에 있는 지점을 말한다. 정동진에 버금가는 서해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가고 있다. 표지석과 ‘석양’과 ‘쉼’을 테마로 한 상징 조형물을 만들고 ‘정서진 해넘이 축제’도 벌린다. 정동진에서는 떠오르는 동해의 태양이 희망과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은 그리움과 회상, 아쉬움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다. 아이디어로 좋은 사업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본보기다. 

이야기는 공동체 속에서 창조되어 끊임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다듬어진다. 이야기는 매우 중한 구실을 한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묶는 끈이다. 꿈과 현실을 이어 주는 징검다리다.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청량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이야기는 더욱 그 빛을 밝힐 수 있기에 그렇다. 수원시가 수원화성과 수원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공모하는 이유다.

이야기는 재미를 생명으로 한다.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훌륭하다. 외형이 아니라 내면을 스토리텔링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몸과 영혼을 움직인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낸 이의 몫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를 즐기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의 몫이다. 이야기는 전승 과정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인다.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정신적 가치의 근간이 된다.

재미있고 구성이 탄탄하며 더욱 좋다. 개혁군주 정조가 꿈꾸었던 ‘수원화성의 가치와 생각’이 어떤 모양으로든 녹아들어 있으면 더더욱 좋다. 욕심 같아서는 수원의 구석구석을 뒤져 이야기를 엮어 가면 더욱 좋겠다. 재미있는 화소를 끌어다 감칠맛 나는 이야기로 꾸며야 한다. 그 맛을 여러 번 잘근잘근 되씹어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해야 한다.

이야기는 신화, 전설, 만담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해리 포터’ 나 ‘반지의 제왕’도 토대는 신화와 전설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비한 사건을 다룬 모험과 기적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선과 악이 맞서면서 펼쳐지는 인연과 응보, 우연한 행운, 뒤틀린 현실을 은근히 비꼬거나 준엄한 진실을 가르치는 세태와 교훈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이야기도 답답한 삶 속에서 시원한 찬물 한 모금과 같은 구실을 할 것이다.

이야기는 애당초 꾸며낸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이 상상력이 꿈을 낳고, 꿈이 이야기를 낳는다. 현실에서 꽉 막혀 풀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시원시원하게 풀려나간다. 이야기 속 상상의 바다는 즐거운 꿈의 바다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 미래사회의 주역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수원화성과 수원에 관련된 스토리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모든 복합적인 숨어 있는 이야기 소재를 꿰어 매어 예술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도시-수원’으로 발돋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