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없고 '더러운 거래'만 남은 국회

[국회 스케치] 보좌관들도 외면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의원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다음날인 6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한 여당 의원 보좌관은 당혹스러워 했다. 답답한 듯 담배 한 대를 빼어 문 그는 전날 밤 있었던 한 방송사 프로그램 이야기로 말을 꺼냈다.

"김 기자, 어제 TV 봤어요. 유시민 의원 나왔던데. 너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 안 해요. 17대 국회 개원하자마자 이게 뭡니까. 의원의 기본적인 양심에 따라 투표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는 그는 유시민 의원의 항소이유서를 몰래 돌려보며 공부했다고 했다.

"요즘 영이 안 서요. 신기남 당의장을 포함해서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민들의 민심을 이렇게 읽지 못해서 어떻게 합니까? 저 어제 투표 결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러니까 우리당을 잡탕이라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 보좌관은 괴로운 듯 줄담배를 피워댔다. 국회가 구중심처에 있으니 국회가 어떻게 민심을 알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민심은커녕 더러운 거래만 이뤄지고 있죠."

국회의원회관 한 구석의 휴게실에서 보좌관은 그렇게 어깨를 떨구었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국회 본회의. 17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동료의원 감싸기에 나섰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국민 사과발언과 의원실명투표제 등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체포동의안은 부결된 뒤였다.

이로써 당사자인 박창달 의원은 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동료의원에게 자유를 준 당당함(?) 때문일까.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역구 현안 문제에 대해 발언했다. 전날 그들이 저질렀던 엄청난 과오는 이미 잊어버린 듯 했다.

그들만의 '더러운 거래'는 하루 만에 그렇게 쉽게 잊혀져 가고 있었다.

<국회=여의도통신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