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엔 냉장고가 고급가전제품으로 취급됐었지만,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여성들의 사회활동범위가 넓어지면서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또 더욱 위생적인 음식보관을 위해 냉장고의 사용이 더욱 보편화되었다. 아마도 냉장고와 세탁기 두 가지 발명품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주는 가장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또한 음식물의 보관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더욱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게도 해주었다.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면 그 가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 집에서는 어떤 음식을 주로 해먹는지, 또 육식을 좋아하는지, 생식을 좋아하는지, 인스턴트식품을 더 많이 먹는지조차도 가늠할 수 있다. 시간과 마음이 여유로울 때에는 냉장고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무엇인가 바쁘거나 시간에 쫓기게 되면 영락없이 냉장고 안은 엉망이 되어버리곤 한다. 냉장고는 주부들의 자존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냉장고 안을 살짝만 들여다봐도 음식을 담당하는 주부들의 위생관념, 음식솜씨, 가족에 대한 애정까지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요즘엔 절전형 냉장고를 권장한다든지, 정수기 같은 다양한 기능 또는 인공지능을 갖추거나 심지어 IT기술과 융합하여 Wi-Fi 기능까지 탑재한 냉장고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의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는 20세기 최악의 발명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공기 중에서 분해되지 않고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는 1987년 오존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 이후 2010년부터 제조용 원료나 실험용 시약용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생산과 소비가 전면 금지되었다. 현재 이를 대신한 대체냉매를 사용한 냉장고에는 환경마크를 부착하고 있지만, 냉장고의 환경위해요소개선 속도는 냉장고 기능의 발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고 위생적으로 영위하게 해주는 냉장고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음식문화와 식습관에서부터 냉장고 주인의 일상과 환경문제까지 읽어낼 수 있다. 우리에겐 더없이 중요한 필수품인 냉장고. 아마도 인류가 더욱 획기적인 발명을 하지 않는 이상은 약간씩의 진화를 제외하고는 냉장고 그 자체의 형태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문화와 위생환경을 개선해 주지만, 또 한편으론 지구의 숨통을 막아버릴 수도 있는 냉장고의 편리성. 야누스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어디 냉장고뿐이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창조된 것 중 편리와 맞바꾼 것들 대부분은 이 세상 어디에선가 우리 곁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