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섬진강! 얼마나 아껴두었던 곳인가?
마치 어린 시절 가장 맛난 과자를 맨 나중에 설레는 마음으로 입안에 넣었던 것처럼, 마치 새로 구한 귀한 원두로 한 방울 한 방울 정성껏 내린 커피 앞에서는 원두를 분쇄하는 일부터 하나의 의식이 되는 것처럼, 나에게 섬진강은 그저 바람 한 번 쐬러 가는 곳은 아니었던 것이다.
쌍계사, 화개장터까지 내려오니 길 위에 봄내음이 가득하다. 한달음에 섬진강 줄기까지 달리다가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꽃천지다. 꽃산이다. 산이 하늘과 맞닿는 곳의 실루엣까지 모두 꽃이다. 차 문을 열고 땅 위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밀려오는 매화 향에 잠시 넋을 잃었다. 하늘로 올라가는 꽃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걸어도 길의 끝에는 또 다른 꽃산이 있다. 감성의 정점. 오감이 한꺼번에 확 열리는 느낌이다.
언젠가 섬진강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예술인들을 소개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왜 그들이 잠시 다니러 온 길에 정착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알 것 같다.
섬진강에서는 모든 것이 열린다. 섬진강에서는 나의 모든 선함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섬진강에서는 나의 위선과 비굴함에 한없이 작아지며 우울해하지 않아도 된다.
섬진강은 이 모든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넉넉한 따스함이 있으므로.